홍 석 우 < 중소기업청장 hongsukwoo@hanmail.net >

조국을 위해 스파이 노릇을 하던 두 사람이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그들에게 정보를 털어놓으라고 압박을 가합니다. 두 사람이 끝까지 자백을 하지 않는다면 단순 도둑 혐의로 징역을 1년씩만 살면 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경찰에 먼저 자백하면 그는 정보 제공의 대가로 풀려나지만 다른 사람은 간첩죄로 15년형이란 중형을 받게 됩니다. 둘 다 비밀을 털어놓으면 감형을 조금 받는 데 그쳐 각각 10년형을 살게 됩니다. 서로를 신뢰하고 자백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상대방이 자백하면 나만 15년형을 살아야 하니 쉽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란 게임이론입니다.

1981년 미국에서 컴퓨터 학자들이 모여 '죄수의 딜레마' 시합을 벌였습니다. 둘씩 마주보고 '신뢰'와 '배신' 중에서 어느 하나를 동시에 선택합니다. 그리고 상대의 선택을 보고 다시 다음 선택을 하게 되는데,이러한 선택을 200번 하면 한 경기가 끝납니다. 이런 시합을 리그전으로 벌이지만,실제로 하지는 않고 상대의 선택을 감안한 200회 전략을 미리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우승자는 리그전의 승패로 결정하지 않고,얻은 형량의 총합이 가장 적은 사람으로 정했습니다. 평생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 사회를 축소시켜 놓은 모습입니다.

이 시합에서 우승은 팃포탯(tit-for-tat,되갚음)이란 가장 간단한 전략이 차지했습니다. 전략 내용은 이렇습니다. 1회 선택은 '항상' 상대를 신뢰합니다. 그리고 2회부터는 상대가 그 전 회에 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1회에서 '신뢰'를 선택했다면 팃포탯도 2회에 '신뢰'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2회에서 상대가 '배신'을 했다면 팃포탯도 3회에 '배신'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팃포탯은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으며,기껏해야 비기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결코 큰 형량의 차이로 지는 법이 없기에 모든 형량을 더한 결과에서는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양보하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말들은 쉽게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만하면 이론적으로도 증명이 된 게 아닌가요.

대기업은 중소기업들로부터 납품을 받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이며,그래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가능하면 싼 값에 납품 받으려고 합니다. 이런 판단은 단기적으로는 옳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양보하고 상생하려는 기업이야말로 우승자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긴 안목을 가진 기업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