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 정책)의 지지자와 피해자가 함께 일하는 광경은 보기 좋았다. 그들은 과거를 부정하지도, 현재의 의견 불일치를 감추지도 않았다. 그러나 공동의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 같았다. 그것은 만델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화해의 정신 덕이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이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만델라에 대해 '오랜 수감생활에도 불구,사랑과 우정 친절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고 썼다. 강인한 정신의 정치가이되 남을 보살필 줄 아는 뛰어난 면모를 지녔다는 것이다.

클린턴의 이런 기록이 아니라도 넬슨 만델라 전(前) 남아공 대통령은 살아있는 '현인(賢人)'으로 불린다. 1918년 7월18일 남아공의 한 부족장 아들로 태어나 백인 정부의 인종 차별에 맞서 싸우느라 대학 시절부터 줄곧 감옥을 들락거렸다. 63년엔 아예 종신형을 선고받아 90년 석방될 때까지 27년 넘게 감방과 채석장에서 복역했다.

91년7월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으로 선출된 뒤 백인 정부와 협상,350여년에 걸친 인종 분규를 종식시켰다. 93년 노벨평화상을 받고,94년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취임식에 옛 교도관을 초대했는가 하면 자신을 투옥시킨 사람들을 내각에 등용,갈등과 상처 치유에 힘썼다.

또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며 종신 대통령직 제안을 거부하고 99년 물러났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이런 만델라 리더십의 요체로 '두려움을 숨기고,적을 알고,친구는 물론 라이벌과도 잘 지내고,웃고,흑백 논리를 지양하고 그만둘 줄 아는 것' 등을 꼽았다.

증오 대신 화해를 선택한 데 대해 "계속 미워하면 나 또한 계속 갇혀있는 것과 다름없다. 자유롭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만델라.역지사지는커녕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적대시하는 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관심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만델라의 얘기가 과연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