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있는 디자인…신혼부부 공략

칠첩반상기는 일곱 가지의 반찬을 뚜껑이 있는 그릇에 담아 올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전통 그릇이다.

옛 궁중에서 임금을 위한 2인용 상차림을 준비할 때 일곱 가지 찬을 가지런히 담기 위해 뚜껑을 덮었던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 때문에 칠첩반상기는 안에 찹쌀과 팥 등 곡식을 담아 보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혼수용 예단으로 많이 사용돼 왔다.

행남자기(대표 노희웅)는 전통의 의미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개성 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신세대 신혼부부 감각을 살린 칠첩반상기 '다예'를 내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 1월에 나온 이 제품은 5월 한 달에만 2억원의 매출을 올려 넉 달 새 250%의 매출 신장률을 나타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마케팅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에 시장에 안착한 셈"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가격대를 골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신세대 소비층을 집중 공략한 결과라는 것이 회사 측 분석이다.

회사는 칠첩반상기가 예단으로 주고받기에는 적합하지만 실생활에 사용하기에는 불편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제품 구성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재편했다.

식기류 소비 패턴이 고품격 일품차림상에 맞는 식기류로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고객 구매정보를 분석해 본 결과 혼수용 구입이 63%인 데 비해 35%가 일품 차림상용으로 구입해 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원형 접시류를 과감히 빼고 기존의 칠첩반상기에는 없었던 타원형 접시,생선 전용 접시,물컵과 수저받침을 품목에 넣는 등 신세대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구성을 채택했다.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웰빙'을 적극적으로 감안하는 한편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슬로푸드' 추세와 테이블 데코레이션을 강조하는 식탁 연출 유행을 최대한 반영한 것.회사 측은 "불필요한 품목을 빼냈으면서도 어른 2인의 차림상은 빠짐없이 올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단아하고 깔끔한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린톤의 화사한 꽃 이미지에 전통미를 감안,은은한 품격이 느껴지도록 하는 한편 화이트와 골드를 조화시킨 뒤 그린색감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다.

특히 은은한 금속 재질 바탕에 조각을 새긴 듯한 꽃 디자인을 가미함으로써 세련미를 강조했다.

가격도 기존 혼수제품에 비해 20~30%가량 저렴한 19만6000원(26개 1세트)으로 잡아 비용부담을 줄였다.

올해로 66주년을 맞는 행남자기는 앞으로도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주목,예부터 지켜온 전통의 가치가 담긴 고품격 생활자기를 지속적으로 내놔 전통과 현대적 가치의 조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