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항구는 시끌벅적해야 제 분위기가 나요.들락날락하는 화물차로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이게 훨씬 낫네요."

화물연대 파업으로 1주일째 쥐죽은 듯 고요했던 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가 20일 활기를 되찾으면서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화물을 실으려는 화물차의 긴 행렬과 수인사를 주고받는 운전기사의 모습에서 격렬했던 파업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활기찬 모습 이면에는 파업이 만들어낸 상처와 후유증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운송거부로 중소기업이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없고,생산라인마저 세워야 했던 영세업체들은 하소연할 곳조차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날 부산 사상공단에서 만난 K사 김모 사장은 "이번 파업으로 생산라인을 5일 동안 세워 하루 2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으로 보상을 받았지만 우리는 피해를 어디서 보상받겠느냐는 것.

자동차부품 업체인 C사 대표는 "원자재값이 50% 이상 올라 손해만 나는 상황에서 납기 위반으로 위약금까지 수천만원 물어야 할 판"이라며 "정부는 왜 우리는 도와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2년마다 반복되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마비된 부산항은 추락한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수출입물량중 70% 이상 실어나르지 못한 부산항에 외국선사들은 비용부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외국선사인 M사의 한 직원은 "2003년 파업때도 부산항을 오가던 외국선박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려 화물이 줄고 부산항이 파업항이라는 각인이 찍혔는데 또다시 부산항이 마비된 것을 두고 외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전했다.

파업이 끝나면 흐지부지 처리되는 불법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도 숙제로 남았다.

경찰은 운행차량에 돌을 던지거나 구타한 혐의로 60여명의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을 조사중이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운행에 나선 차량을 막아서거나 파업불참자를 상대로 폭행을 가한 사건에 대해선 엄정한 법집행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 역시 불법행위에 대해선 명백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긴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길 바란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