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급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자 정부가 직접 칼을 뽑아 들었다.

10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서민들의 대표적인 생필품인 라면 값을 16% 안팎 인상하는 과정에서 담합했는지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신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정위 직권으로 착수한 것으로, 정부가 치솟는 서민 물가를 잡기 위해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52개 품목을 갖고 산출한 이른바 `MB 물가지수'는 5월에 113.2로 작년 같은 달보다 6.6% 급등하는 등 생활물가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지난 5월 관세청이 청바지.운동화.삼겹살 등 90개 수입품목의 수입가격을, 한국소비자원은 스낵.커피.주스.맥주 등 7개 품목의 가격 실태를 각각 공개해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가격 인하 유도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성장에 우선 순위를 뒀던 정부가 최근 물가 안정 중심의 정책으로 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물가가 크게 오르는 등 새로운 환경을 감안해 금리와 환율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값 상승과 고유가에 따른 물가 급등이 서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라면 값 조사에 이어 조만간 서민생활과 직결된 주요 업종의 담합과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초 강연에서 "석유와 이동전화서비스 사교육, 자동차, 의료 등 5개 업종을 중점 감시 대상으로 선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 생활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 업종이 원자재 값이나 물가 상승에 편승해 담합을 통해 가격을 올리거나 불공정한 거래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엄단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억제하고 조정이 불가피할 경우는 인상 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며 담합 뿐 아니라 탈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 가격 안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경쟁 촉진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제도 개선도 병행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 안에 석유제품 판매와 관련한 고시를 폐지해 한 주유소가 여러 정유회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특정 정유소의 제품만 팔도록 하는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를 없애 주유소가 정유사에 대해 `을'의 위치에서 벗어나도록 해 정유소의 제품 공급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유류 가격의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값 급등 등 대외 요인에 의한 것인데 이를 담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올랐다고 해서 제품 가격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인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원가 절감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조사를 확대해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담합과 같은 불공정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김문성 김호준 기자 leesang@yna.co.krkms1234@yna.co.kr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