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정국이다.

2008년 6월 대한민국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곳곳이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둘러보자.유가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 배럴당 140달러를 요구하며 초강력 파업을 벌이고 있다.

유가와 연동하는 원자재 역시 가격상승파업에 가세했다.

천정부지가 이들 파업의 이름이다.

국내 물가도 파업 중이긴 마찬가지다.

5월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나 올라 가계를 짓눌렀다.

6개월 뒤와 현재의 경제 여건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92.2이고 소비자 평가지수는 72.2다.

소비심리가 급랭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수파업에 다름아니다.

진짜 파업은 또 따로 있다.

전국 곳곳으로 철강 전자 원자재 등 화물을 실어나르는 화물연대,덤프트럭과 레미콘을 운행하는 건설노조,버스,택시가 이달 내로 파업에 들어간다.

바퀴 달린 것은 모두 운행 중단될 위기다.

청와대라고 파업에서 예외가 아니다.

촛불시위 이후 야기된 인적 쇄신론으로 권력투쟁 중이다.

내 사람,네 사람 타령 중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 역시 내각사퇴로 어수선하다.

한나라당은 노출된 문제를 조정하기에 역부족인 무능력 파업이고 야당은 촛불 시위를 따라 다니며 길거리 파업에 열중이다.

거리도 파업했다.

광화문 을지로 종로 태평로는 시위대의 불법점거로 몸살파업한 지 오래됐다.

10일 촛불집회는 절정이었다.

인터넷은 또 어떤가.

저주와 질시,비난으로 가득찬 댓글로 도덕불감증 파업에 묻혀있다.

사람들의 입 또한 '죽어라,미친×'으로 거칠어져 있다.

촛불발언을 한 코미디언 정선희씨는 댓글뭇매를 맞고 그로기다.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잘못했어요','내가 양보할게요'는 없다.

오로지 '너 죽고 나 살자'식의 파업뿐이다.

방법은 없는 것인가.

있다.

한 발짝씩 물러서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애원컨대 인내심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13일 파업만은 자제해야 한다.

운송자들이 고유가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다 안다.

화주도,정부도 알고도 남는다.

그래도 화물연대가 참아줘야 한다.

고유가에 따른 원가부담은 화주들도 겪고 있는 공통 사안인 만큼 타결점을 찾을 때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전면 운송중단은 최후의 수단이다.

갑자기 현대차 배송중단에 들어간 카캐리어 분회도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희망이 있다.

현대차 노조도 쇠고기집회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봐야 한다.

정부의 쇠고기 협상 실패를 준엄하게 꾸짖은 촛불문화제도 승자답게 정부의 등을 두드려주라.청와대와 한나라당도 촛불문화제에 감사의 고개를 숙이라.그래야 서로를 아끼는 마음과 못나도 내 식구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

조금씩만 양보하자."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멈추어 남이 갈 수 있게 하라"는 채근담과 "평생토록 길을 양보해도 백보에 지나지 않으며 평생토록 밭두렁을 양보해도 한 마지기를 잃지 않는다"는 소학의 '양보의 미학'을 새기자.난관을 극복하는 길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고기완 사회부 차장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