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44)는 치유의 작가로 통한다.

그의 소설에는 언제나 세상을 살아가기엔 서툴지만 결국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순수성을 확보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작가 또한 자신의 작품을 일컬어 '현실'이 아닌 한편의 '우화'라고 규정한다.

≪키친≫ ≪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의 소설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요시모토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소설 ≪왕국≫(전3권,민음사)의 국내 출간에 맞춘 방문이다.

≪왕국≫은 할머니와 단둘이 산 속에서 살다 도시로 나온 소녀 시즈쿠이시를 통해 물질주의에 물든 현대인과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우화적 요소가 더 강조된 작품.

26일 서울 프레스센터 간담회 자리에서 작가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받는 세계 각지의 팬레터 중엔 한국 독자가 보낸 것이 유난히 많다"며 "애가 어려서(다섯 살) 그동안 한국을 방문할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에쿠니 가오리 등과 더불어 국내 출판계의 일류(日流)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작가다.

대표작 ≪키친≫은 전세계 30여개국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바나나'는 그가 바나나 꽃을 좋아하고,동시에 이 필명을 쓸 경우 독자가 자신의 성별을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것에 대해 "어느 나라든 내 작품의 주요 독자들 중에는 감수성이 강하고 세상과 잘 교류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 독자가 내 소설 세계를 경험했을 때 한 차례 여행이나 온천에 다녀와 상처가 치유된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상처받은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종착지라고 보진 않는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영화나 연극을 보고 자신을 재정비하듯,독자들이 그의 소설을 본 뒤 현실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의 일본 소설은 굳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작품 안에서 강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까닭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 젊은이들이 일본 소설을 많이 읽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일본 작가들이 사람들 마음 속의 섬세한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젊은 독자들의 감각에 맞는 것 같습니다."

≪왕국≫은 3부작 시리즈물로 1부 '안드로메다 하이츠',2부 '아픔, 잃어버린 것의 그림자 그리고 마법',3부 '비밀의 화원'이 2002~2005년 일본에서 차례로 출간됐으며 앞으로 4,5부가 더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요즘 '엄마'로서의 일상을 보내면서 창작 활동은 다소 뜸하게 하고 있다"면서 "나는 사람들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한국 땅을 밟아봤으니 앞으로 자주 와서 다양한 형태로 교류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