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에 투자하려는 외국인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자금력? 아니다.

인내심이다.

느긋하게 기다리는 법을 모르면 아예 투자계획을 접는 게 낫다.

사업계획에서부터 정부승인을 받는 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는 분명해진다.

외국인기업이 일단 개발계획을 수립해 해당 시ㆍ도지사와 협의하는 데 7개월가량 소요된다.

거쳐야 할 관련 부서만 35~40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식경제부 등 10개 중앙부처와 11개 위원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 부처와 또 4개월가량 씨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ㆍ의결에 1개월이 걸린다.

'만만디(慢慢的ㆍ천천히)'라는 중국도 이러지는 않는다.

인천시의 경쟁상대인 상하이시 푸둥특구청의 천융자 주임은 "글로벌투자자금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행정의 스피드"라고 강조한다.

푸둥특구청이 정부인ㆍ허가 등 관련 업무를 1~3개월 내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차이는 결국 투자성적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상하이시는 세계 500대 다국적기업 중 380여개를 유치했다.

총투자금액은 500억달러에 달한다.

인천의 경우 500대 기업 중 IBM 등 달랑 2곳을 끌어들였다.

투자유치금액도 15억달러에 불과하다.

다행히 새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외국인투자기업의 개발계획 승인기간 단축,소득ㆍ법인세 감면혜택 확대 등이 골자다.

경제자유구역을 낳기만 하고 전혀 돌보지 않았던 무책임한 참여정부와는 다르긴 하다.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으로 경제자유구역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는 없다.

무엇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지자체는 우선 경제자유구역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다.

물론 지자체 입장에서는 없는 살림을 쪼개 기껏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해놓으니 뒤늦게 이를 넘보는 중앙정부가 못마땅할 수 있다.

인천시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송도국제도시 개발에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앞으로 사회간접자본시설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훨씬 더 많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협조없이 경제자유구역은 결코 굴러갈 수 없다.

이는 지자체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돈만 내놓으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경제자유구역 관할 지자체 중 일부는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곳도 많다.

중앙정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자체는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경제자유구역이) 더 채워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참여정부처럼 경제자유구역 관할권을 놓고 지자체와 갈등을 빚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냥 내팽개쳐서는 안된다.

경제자유구역은 한국이 글로벌경제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양측이 경제자유구역의 지분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는 것은 기업인이나 국민들 눈에는 결국 공무원들의 밥그릇싸움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 틈바구니에서 죽어나는 것은 기업과 국민뿐이다.

김수찬 사회부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