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부회장 "이제는 후진들에 기회줘야지…"

14일 오전 10시30분.경영 일선 은퇴를 선언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구 산격동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춘계 한국전자전 행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 자격으로는 마지막 공식 행사 참석이었다.

공식인사 발표 직전 기자와 만난 윤 부회장은 "인사내용은 묻지 말라"고 말한 뒤 조용히 전시장을 돌아봤다.


이어 대구ㆍ경북지역 기업인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만감이 교차한 듯 20여분간 말 없이 식사하다 "내년이면 삼성전자가 창립 40주년을 맞게 된다"며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금은 삼성 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말하지만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 어려움이 참 많았다"며 "반도체 라인 하나 짓는 데도 공장 부지나 기술이 마땅한게 없었다"고 회고했다.

윤 부회장은 1997년 삼성전자의 총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후 12년간 삼성전자를 진두 지휘해 왔다.

19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기획조정실장과 TV사업본부장,종합연구소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처음 CEO 자리에 오른 것은 1990년.삼성전자 가전부문 사장의 타이틀을 달고 경영자로 데뷔했다.

삼성전기와 삼성전관 대표이사 시절을 합하면 총 19년간 CEO로 재직했다.

윤 부회장의 명성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자자하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주요 행사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못지않은 대우를 받아 왔다.

미국 경제 전문 포천지가 최근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25인' 명단에도 1위로 올랐다.

윤 부회장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스피드 경영'. 원천 기술의 발빠른 상용화를 통해 시장을 선점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자제품이 전환되는 시기에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강조한 '스피드 경영'이 위력을 발휘한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인용 삼성전자 홍보팀장(전무)은 "윤 부회장은 회사 측의 수 차례 만류에도 불구하고 후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며 "퇴임 이후에도 상임 고문으로서 경영상 중요 이슈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김현예/송형석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