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파가 절대적인 수적 우위에 서는 국회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현 정부와 이념이 다른 참여정부 시절 법제화된 각종 정책들의 방향을 거꾸로 되돌리는 게 가능해졌다.

크게 보면 부동산 기업 노사관계 교육 지역발전 분야에서 '대못 뽑기'가 힘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계획 발표나 법안 제출을 총선 이후로 미루던 정부 각 부처는 청와대의 '돌격 앞으로' 신호에 맞춰 일제히 쟁점 법안들의 제·개정을 밀어붙일 태세여서 이를 저지하려는 범(汎)진보계열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4개 대못 뽑히나…부문별 정책전망
◆ 부동산

부동산 분야에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얼마나 줄여줄지가 최대 관심사다.

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세금을 올려서 수요를 억제하는 참여정부의 방식은 근본적인 부동산 안정 대책이 될 수 없고,금리정책을 통해 유동성 조절로 집값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우선 참여정부 때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고가 주택의 기준을 6억원까지 낮췄는데 이를 9억원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서울지역에서 종부세를 내야 하는 아파트가 전체의 23%에서 11%로 줄어든다.

아울러 과표현실화율을 매년 올리도록 못박아둔 법을 고쳐 올해와 같은 수준(80%)에서 동결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또 지금은 1가구 1주택자로 3년 보유(서울 과천 5대 신도시는 2년 거주 추가) 요건을 갖추더라도 6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가 주택 기준을 9억원으로 올리게 되면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지역별로 각각 다른 보유 기간과 거주 요건만 채우면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어져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거래에 숨통이 트이게 될 전망이다.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거주 요건도 손질이 가해질 전망이다.

현재 서울 과천 및 수도권 5개 신도시는 1가구 1주택으로 혜택을 받으려면 3년 보유 외에 2년을 살아야 한다는 요건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 같은 조건을 떼는 방안이 추진된다.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모두 여기에 동의해 조만간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도심 재개발·재건축의 용적률을 올려주는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 같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의 절차를 개선하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라는 정부의 구상을 현실화시키려면 용적률을 올려서 사업 수익성을 높여주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서울에서 승리한 여당 후보들이 뉴타운 등 각종 지역 개발 공약을 쏟아낸 것도 부동산 정책의 전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오세훈 서울시장은 임기 내(2010년)에 추가 뉴타운 지정을 10곳 이내로 최소화 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제 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힘이 생겼다.

관건은 야당의 반대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여부다.

재정부 관계자는 "집값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만약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부동산이 들썩거린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추진 시기를 뒤로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노사관계

정부는 지난 2일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일자리 문제가 '비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급격한 일자리 감소는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로서는 이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목표치인 35만명 신규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20만명 선도 지켜내지 못할 상황이라서다.

정부는 이 같은 고용 불안의 이면에는 참여정부 시절 입안된 비정규직보호법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규직화에 따른 부담으로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거나 미루고 현재 고용된 비정규직도 2년을 채우기 전에 미리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오는 7월 종업원 100~299인 규모의 중소사업장에 대한 비정규직보호법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규직 전환 의무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 지역 균형발전

참여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이던 지역 균형 발전 정책 역시 '유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집권 후 내심 행정중심도시와 지역별 혁신도시와 같은 참여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을 뒤집고 싶어도 각 지역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논의 자체를 꺼려왔다.

충남 공주 연기 지역에 행정중심도시인 세종시를 건설하는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따라 토지 보상이 끝났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정해져 있는 상황이어서 백지화는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타당성을 재검토한다는 명분으로 사업 추진을 일단 정지시켜놓고 충청권 광역 경제권 개발 계획이 수립되면 그 틀 안에서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 지역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나머지 혁신도시들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인 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 및 광역경제권 구상이라는 큰 밑그림 속에서 각종 개발 사업이 일부 재조정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 교육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도 총선을 기점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우선 참여정부가 입안한 수능등급제가 올해부터 전격 폐지된 데 이어 내신 반영비율 의무화 등 대학을 옥죄던 규제들이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선공약이자 총선공약인 대입자율화 3단계 가운데 1단계인 '수능 등급제 폐지'가 내년도 대학입시안에 구체화된 가운데 2단계인 수능 과목 축소는 2012학년도에,3단계 대입 완전 자율화가 2012년 이후 이뤄지면 교육정책 '대못 뽑기'가 완성되는 셈이다.

다른 교육개혁 정책들도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교원에 대해 동료교사,상급자,학부모 등이 참여해 다면평가한 뒤 그 결과를 승진 등에 반영하는 내용의 교원평가제는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처리한다는 게 교육과학기술부의 구상이다.

오순문 교과부 교직발전기획과장은 "지난해 말 여야 합의로 교원평가제 법안이 마련된 만큼 6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모집을 통해 교장을 선발하는 '교장 공모제'도 올해 안에 도입될 예정이다.

한나라당이 총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도 추진돼 다음 달 농산어촌 기숙형 공립학교 9개교가 시범 지정되며 직업현장의 마이스터(장인)가 교원으로 참가하는 '마이스터고교'도 올해 안에 20개 지정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자율형 사립고는 2012년 도입을 목표로 올해 안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영어 공교육 강화'는 중장기 과제로 분리됐지만 교과부는 올해 안에 영어 전용 라디오채널을 개통하고 88개 학교에 영어전용교실을 확충하는 등 영어 친화적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위해 '영어전용교사제' 관련 법령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고 영어교사의 심화연수 규모를 올해 1200명에서 내년 3000명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 밖에 국립대의 단계적 법인화,학생 선발과 관련된 투명한 정보 공개,소득 수준에 따른 맞춤형 장학금 지원 확대 등 총선공약들도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차기현/정재형 기자 khcha@hankyung.com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