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 <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hmchoi@miraeasset.com >

화창한 봄날이다.한껏 멋을 부린 연인들의 건강함이 부러워지는 시기.문득 첫사랑이란 단어가 떠오른다.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아련한 기억.많은 이들이 첫사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그러나 필자는 첫사랑이 꼭 실패한다고 보지 않는다.어려울 뿐이다.

첫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자란 남녀가 성급하게 상대방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기보다는 내 기준에 맞추려는 마음이 크면 결국 실망하고 헤어지게 된다.

일부 투자자들을 보면서 '아,저분이 주식시장과 첫사랑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시장의 흐름에 일희일비하면서 시장이 사랑스러울 때(상승할 때)는 계속 오를 것 같은 기대감에 모든 자산을 한꺼번에 투자한다.반대로 시장이 하락할 때는 계속 내려갈 것 같은 두려움에 내팽개치듯이 팔아버린다.시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노력보다 시장을 내게 맞추려 하니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본 성공적인 투자자들은 시장과 스스로를 존중하고 맞춰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증권시장 역시 사람이 모인 곳이기에 인간의 감정처럼 등락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장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시장의 기분이 너무 좋을 때는 잠시 물러서서 지긋이 바라봐줄 줄 알고,낙담할 때도 믿음을 갖고 옆에 있어줘야 한다.성숙한 사랑처럼 말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의 박현주 회장은 "투자는 숫자가 아니라 철학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하곤 한다.또 즉흥적인 감정이 아니라 내재가치를 통해 시장을 이해하려는 투자 원칙은 때론 준엄하기까지 하다.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속에서 모두가 투자를 꺼릴 때 위기에 직면한 채권보증 업체에 채권 보증을 제의하는 소신을 보였던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도 그 좋은 예다.

다수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켜가는 이 '소수 게임'이야말로 성공한 투자자와 시장의 '첫사랑'을 성공으로 이끈 위대한 원칙이 아닐까.

몸에 좋은 음식도 과하면 독이 된다.등락하는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은 영원할 것이다.하지만 시장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만큼이나 많은 욕심도 시장과 나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 뿐이란 사실을 기억한다면 투자에 성공하지 않을까.

사랑을 주식시장에 연결하는'직업병'이 약간은 민망하다.정말 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