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한 비상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첫 조치는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서민생활 필수품 점검 및 대응계획'.52개 품목의 가격동향을 집중 점검하고,주요 원자재의 할당관세 인하와 시장접근물량 확대 등의 조치를 담고 있다.

이 같은 물가대책은 직접적인 가격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간접유인책을 총망라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물가 급등의 근본 원인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유통구조 개선은 당장 성과를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가 중점 관리할 품목 52개는 소득2분위 이하(전체 가구의 하위 40%,월소득 247만원 이하) 계층이 자주 구입하고 있는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골랐다.

세부 선정원칙은 △서민층의 구입빈도가 높고 △생활비 중 지출비중이 높으며 △서민생활 안정에 필수적이고 △최근 가격 변동이 컸던 품목 등이다.

정부는 이들 품목에 대해 직접적인 가격개입은 하지 않겠지만 가격 상승의 원인을 따지고 이에 따른 보완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할당관세 적용품목을 종전 46개에서 82개로 늘렸고 모든 품목에 대해 무세화를 원칙으로 삼았다.

특히 밀,옥수수,요소,사료용 곡물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필품 32개를 모두 무세화했다.

생사 금지금 니켈분 등 국내산업과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 원자재 37개 품목도 관세를 걷지 않기로 했다.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 4개 석유제품은 국내 정유사들의 과점적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관세율을 3%에서 1%로 대폭 인하했다.

다만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는 세수감소 폭이 너무 커 현행 관세율(1%)을 유지했고,저밀도폴리에틸렌 등 국내산업 보호가 필요한 일부 석유화학제품들도 현행 유지 또는 미세조정에 국한시켰다.

52개 품목과 관련된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곡물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 압박이 큰 품목의 업체일수록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일부 업체들은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한 생활용품업체는 "관리품목으로 지정된 세제의 경우 팔수록 손해보는 상황이라 상반기 중 가격을 올릴 예정이었다"며 "인상 계획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형마트들은 정부 시책에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다.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은 정부 발표 직후 고추장 샴푸 배추 삼겹살 등 이번에 지정된 품목 중심으로 최대 60%까지 할인해 주는 행사 계획을 내놓았다.

김인식/송태형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