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 김노은씨(30)는 요즘 남편이 한 명 더 생겼다. 다름 아닌 온라인 게임에서 결혼을 한 것. 김씨는 "항상 직장일로 바쁜 남편보다 게임 속 남편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된다"며 "때로는 게임 외적으로 집안 일 등 소소한 개인사까지 털어 놓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속 가상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게임 속 결혼이 성행하고 있다. 게임 속 결혼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라그나로크의 경우 보조 캐릭터의 진행으로 결혼식을 치를 수도 있으며 다른 유저들이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할 수도 있다.

게임 운영자가 이들에게 결혼 축하 선물로 아이템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결혼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이 밖에 씰 온라인,로한 온라인 등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이 이와 유사한 커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게임 속 부부들은 비록 온라인 상의 관계이지만 현실의 부부 이상으로 친밀하다. 함께 몬스터를 사냥하러 다니는 것은 물론 사소한 개인사를 얘기하고 다른 유저를 입양해 가족을 구성하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을 3년째 즐기고 있는 정영태씨(33)는 "비록 온라인 상이지만 상대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치 실제 연인에게 느끼는 것과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게임 속 커플이 현실에서 만나는 경우도 잦아지면서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 불륜에 빠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한 온라인 게임 사용자는 "온라인 게임의 커플이 현실에서 만나는 것은 이제 놀라운 얘기도 아니다"며 "그 중 결혼한 사람들이 외도를 하는 경우도 일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대도시화로 없어져 버린 이웃사촌의 존재를 대체해 주는 것이 온라인 세계"라며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에서 따로 살고 있는 두 개의 인생이 섞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