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가전社로 출범 … 미래 50년은 어떻게…


"우리가 그거(전자제품) 맨들면 안되는 기요?"

"우리 기술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면 문제 없구만.기술이 없으면 외국 가서 배워오고,그래도 안 되면 외국 기술자 초빙하면 될 거 아니오.한번 검토해 봅시다."

1957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 회장과 락희화학(현 LG화학) 당시 윤욱현 기획실장 사이에 오간 대화다.

국내 최초의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금성사(현 LG전자)의 설립이 결정된 순간이다.

LG전자가 27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한국 전자산업의 역사는 LG전자의 설립을 시작으로 한다.

LG전자의 역사는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1969년 설립)보다 11년가량 길다.

창립 원년인 1958년만 해도 '전자'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다.

수입 라디오 정도가 전자제품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년여의 노력 끝에 1959년 11월 한국 전자산업의 '효시'인 국산 라디오 'A-501'을 출시하며 전자제품 국산화의 물꼬를 텄다.

그 이후 LG전자가 만든 흑백TV,선풍기,전화기,냉장고,세탁기,에어컨,카세트 녹음기,전자레인지 등에도 예외 없이 '국내 최초'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천명(知天命)을 맞은 LG전자는 향후 50년을 위해 대대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할 방침이다.

82개에 달하는 해외법인을 통해 인종,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선발하고 '사내 영어 공용화'에 열을 올리는 것도 '선진 다국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포석이다.

기업의 성격도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아닌 '종합 멀티미디어 IT(정보기술)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가전제품이 아닌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IT 멀티미디어 신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를 진두지휘하는 남용 부회장의 목표는 '100년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경영 전략으로 삼아 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겠다는 것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