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대중공업은 25일 이사회를 열어 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의 투자사 IPIC 측에 현대오일뱅크 주식 전량(70%)에 대한 주식매입권리(Deemed Offer) 행사를 통지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8%를 보유한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인수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회사측은 공시에서 “IPIC가 현대중공업 등 옛 현대 계열사들과 체결한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싱가폴 ICC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주주간 계약 위반에 대한 법적 분쟁 중재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지한 주식매입권리는 취소할 수 없으며, IPIC가 이를 동의하지 않으면 중재 판정으로 확정되어야 권리행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재소요 기간 및 주식인수 가격은 미정인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앞서 지난 21일 IPIC측이 현대오일뱅크 주식의 양수도를 추진중인 GS그룹측을 대상으로 하는 ‘현대오일뱅크 주식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대전지법 서산지원에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은 당초에 IPIC측과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관련 법적분쟁(legal dispute) 중인 상황에서는 주식양수도를 금지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은 바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GS측과 매각 절차가 진행되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IPIC는 지난 99년에 5억달러(6127억원)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지분 50%를 확보한 후, 2006년에 콜옵션을 행사해 현대중공업이 보유중이던 현대정유 지분 20%를 주당 4500원에 인수했었다. 지난해 5월 IPIC는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히고 모건스탠리를 통해 지분 매각 작업을 추진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현대오일뱅크 지분의 19.8%를 보유하고 있어 30%가량만 추가 확보하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그 동안 다소 느긋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매각 주체인 IPIC는 가장 좋은 가격에 지분을 팔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입장이 달라 협상이 수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