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부상을 딛고 2년 연속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따낸 김연아(18.군포 수리고)의 영광 뒤에는 눈물겨운 진통제 투혼이 숨어 있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빙상장에서 치러진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두 시간 정도 앞두고 간호사로부터 진통제 주사를 맞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을 펼치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고 난 뒤 갑작스레 고관절에 통증을 느끼면서 트리플 러츠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던 안타까운 순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연아는 이날 마지막 훈련을 마친 뒤 진통제 주사를 맞기로 결정했고, 통증을 잊은 채 빙판에 나섰지만 체력에 발목을 잡히면서 다잡은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김연아는 지난 1월 말 캐나다 전지훈련을 치르다 고관절 통증을 느껴 국내에서 치료와 재활을 거듭했지만 완전히 통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스웨덴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때문에 김연아는 한국을 떠나기 직전 병원에서 2주 동안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는 강한 진통제 주사를 부상 부위에 맞았다.

물론 도핑에 걸리는 약물인 만큼 국제빙상경기연맹에 미리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을 앞둔 마지막 연습에서 고관절 부위에 시큰한 느낌을 호소했고, 결국 쇼트프로그램을 치르는 도중 통증이 발생하면서 5위로 힘겹게 경기를 마쳐야 했다.

결국 김연아는 도핑에 문제가 되지 않는 진통제 도움을 받으며 이날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나선 뒤 강한 정신력을 앞세워 당당히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최종 성적을 끌어올려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예테보리<스웨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