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기사 방치차량 5m 옮긴 음주운전도 '선처'

전날 술을 마신 뒤 집에서 푹 자고 나오다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행정단독 채동수 판사는 혈중 알코올농도 0.051% 상태로 1t 포터트럭을 몰다 음주단속에 걸려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은 김모(44)씨가 부산 사하경찰서를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 면허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채 판사는 "원고가 술을 마신 뒤 집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한데다 술을 마신 시간이 11시간이 지나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믿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채 판사는 "혈중 알코올농도도 운전면허 정지기준인 0.05%보다 0.001%밖에 초과하지 않아 원고가 공익 목적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채 판사는 또 대리운전자가 왕복 4차로 한 가운데 차를 세워놓고 가버리는 바람에 잠시 음주운전을 한 또 다른 김모(47)씨가 제기한 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채 판사는 "교통에 방해되고 또 다른 사고발생 우려가 높자 부득이 차량을 음주상태로 옮긴 점이 인정된다"면서 "음주운전을 예방하려는 공익 목적에 비해 원고의 불이익이 더 커 면허정지는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7월21일 오후 11시15분께 수영구 민락동 수영2호교 앞 편도 2차로에서 대리운전기사와 요금문제로 시비가 붙은 뒤 대리운전기사가 승용차를 1차로에 세워놓고 가버리자 혈중알코올 농도 0.095% 상태로 승용차를 안전지대까지 5m 가량 몰았다가 운전면허 100일 정지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