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하던 국제 유가와 금값, 곡물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19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조함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신용위기 우려도 여전한 것 등이 현금 확보를 위한 상품 매도세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4.94달러(4.5%) 떨어진 배럴당 104.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에는 배럴당 102.95달러까지 떨어지며 199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5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4.61달러(4.4%) 내린 배럴당 100.95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는 전날 FRB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것이 최소 1%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데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가 증가하고 석유수요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급락한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미 에너지부가 이날 발표한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는 3억1천180만배럴로 전주보다 13만3천배럴 증가했고, 지난 4주간 일평균 석유 수요는 2천30만배럴에 그쳐 1년 전에 비해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을 비롯한 금속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이날 59달러(5.9%) 떨어진 온스당 945.30달러를 기록해 2006년 6월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17일 온스당 1천34달러에 달하기도 했던 것에 비해서는 90달러나 하락했다.

5월 인도분 구리 가격도 11센트(3.1%) 떨어진 파운드당 3.63달러를 기록했고, 5월 인도분 은 가격은 7.6% 떨어진 온스당 18.45달러, 4월 인도분 백금은 4.1% 하락한 온스당 1,887달러로 추락했다.

시장에서는 원유나 금속가격 하락이 그동안 요동치는 증시를 피해 상품 투자에 나섰던 자금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골드 앤드 실버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오브라이언은 올해 들어 금가격은 이미 19% 이상 올랐다면서 조정을 받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농산물 가격도 급락해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가격제한폭인 90센트(7.7%)나 떨어진 부셸당 10.74달러에 거래됐고 옥수수와 콩 등도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