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코스피 지수는 사흘만에 하락 반전해 1610포인트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1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43.21P(2.60%) 급락한 1615.62포인트를 기록했다.

선물옵션동시만기에 대한 부담에 전날 뉴욕 증시가 떨어졌다는 소식이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내림세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수직 낙하했다.

특히 오후 들어서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8개월만에 4000선 아래로 밀려나고 엔화 가치 급등과 함께 일본 증시(-3.3%)가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를 압박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2.6% 하락 마감됐다.

美 칼라일캐피탈이 채권단과의 합의에 실패, 부도에 직면하게 됐다는 소식이 이날 뉴욕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한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내놓은 조치들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위기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지수 하락을 야기시켰다"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의 상승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은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도 "미국 금융사의 마진콜 리스크가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그 동안 1600선이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했지만 기술적 분석보다는 미국 금융기관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보수적인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확대로 추가 경제부양책이나 금리인하폭 확대 등이 기대되기는 하나, 다음주 발표될 투자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4272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4528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으나 기관은 1039억원 '팔자'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으로는 408억원의 매수세가 유입, 동시 만기의 영향은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LG전자, 삼성테크윈 등 대형 IT주들이 줄줄이 떨어졌다. LG필립스LCD는 필립스전자가 보유 지분 일부를 추가 매도했다는 소식에 9% 가까이 급락했다.

POSCO와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한국전력, 국민은행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조비남해화학, 동부하이텍 등 농업 관련주들이 오랫만에 강세를 시현했다. 사명을 변경키로 한 신흥증권이 사흘 연속 상승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고유가 부담에 닷새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상승 종목 수는 상한가 2개를 포함해 203개였다. 반면 590개 종목의 주식값은 떨어졌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1원 오른 982.4원에 마감됐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80.4원으로 지난 2005년 2월7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