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세금은 아무도 피할 수 없다.'미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라는 벤저민 프랭클린(1706~90,미화 100달러 지폐 인물)의 말이다.영화 속 얘기지만 미국에선 모녀가 꽃뱀 노릇으로 번 돈까지 찾아내 세금을 걷는다('하트 브레이커스').프랭클린의 단언이 과장 아닌 현실임을 내보이는 셈이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다.그 대가로 안심하고 나다니고,의무교육도 받고,급할 때 경찰이나 119의 도움도 받는다.그래도 덜낼 수만 있으면 덜내고 싶은 게 세금이다.애써 번 '내 돈'은 눈 앞에서 사라지는데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공공서비스 혜택이 피부에 와닿는 일은 좀처럼 없는 까닭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세금을 피하거나 줄여보려 안간힘을 쓴다.하지만 이땅 대다수 봉급쟁이들은 방법이 거의 없다.겨우 궁리하는 게 연말정산 때 세금 공제액을 늘려보려는 정도인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소비 지출의 12%에 이른다는 사교육비도 그렇고,아이가 있는 맞벌이 가정에서 써야 하는 가사 도우미 수고비도 공제받을 길 없다.

고교 수업료보다 훨씬 비싼 재수생 학원비 또한 공제되지 않는다. 도리 없이 작은 금액도 신용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영수증 처리를 하고 연말이면 세금 공제대상 저축이나 보험도 든다.이렇게 해서 연말 정산시 단 얼마만이라도 환급받으면 더없이 행복한 게 이땅 보통사람들이다.

그런데 때로 누가 봐도 남보다 많이 버는 게 뻔한 사람들의 세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뿐이랴.'있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녀에게 아파트를 사주면서 은행빚을 얻도록 한 다음 이자를 대신 갚아주는 방법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는 마당이다.

세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사람도,전혀 억울하지 않을 사람도 없다.다양한 절세법 동원을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다.그러나 보통 국민들도 지키는 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채 장관 등 지도자를 꿈꾸는 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3일은 납세자의 날이다.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이들은 다시 생각할 일이다.덜 내는 게 능력이라고 믿지 말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