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정부 대수술 '大村制' 도입
긴축정책으로 물가잡기 나설듯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집권 2기 정부가 다음 달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개최에 맞춰 공식 출범한다.이번 전인대에서는 시진핑 정치국 상무위원의 국가부주석 임명 등 차세대 리더를 전면에 내세운 새 지도부 개편 작업이 완료된다.특히 정부부처에 대부제(大部制)를 도입,행정 시스템을 수술한다.젊은 피가 수혈된 만큼 비능률의 딱지가 붙은 기존 정부조직을 혁신해 새로운 도약의 틀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정부조직 개편은 중복 조직을 통폐합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후 주석의 직계로 이번 전인대에서 수석부총리를 맡게 될 리커창 정치국 상무위원이 조직개편을 총괄하고 있다.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28개 부처를 21개로 축소한다는 것.교통부 철도부 항공국 등을 합한 운수부를 비롯 농업부,환경보호부,국토건설부,국가금융감독관리위원회 등이 각 부처의 유사 기능을 합해 대부(大部)로 확대 개편된다.특히 국가금융감독관리위원회는 은행 보험 증권업에 대한 감독 기능과 더불어 중앙은행의 일부 기능을 합한 '중국판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이 밖에 에너지업무를 총괄할 에너지부가 신설된다.

각 지방의 행정조직도 개편된다.행정 최소단위인 촌(村)을 합병하는 대촌제(大村制)도 추진된다.현재 3만7500개의 향(鄕)ㆍ진(鎭) 산하에 촌급 행정단위가 64만5000개에 달하고,지방공무원은 680만명에 이르는 등 중앙정부 못지않게 지방정부도 비대증에 걸려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행정조직 수술은 비능률로 상징되는 '중국병'을 손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홍콩 문회보는 보도했다.이 신문은 기능의 중복뿐만 아니라 부처의 권력화로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결정과 집행 그리고 감독 기능이 분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중국 국가행정학원 왕위카이 교수는 "중국 정부기구를 대부제로 개편하는 것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인대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 경제운용의 기본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이다.중국 경제는 지금 진퇴양난의 상황이다.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작년부터 긴축을 강화하고 있지만 세계경기 침체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인플레 억제를 위해 긴축을 강화한다면 성장률 둔화가 빠르게 진행될 게 걱정이다.중국의 무역흑자는 세계경기 침체가 가시화된 작년 10월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그렇다고 긴축을 완화하자니 물가 급등의 우려가 높다.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1월 7.1%로 뛰었다.긴축이냐 성장이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이에 따라 전인대 개막일인 다음 달 5일 원자바오 총리가 정부공작(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할 경제운용 기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급등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긴축을 통한 물가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