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탄핵가능선인 ⅔도 가능할듯…집권당 패배 시인 분위기

파키스탄 총선에서 야권이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했다고 파키스탄 민영 지오(Geo) TV가 19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고(故)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야당인 PPP와 PML-N은 지금까지 전체의석 272석의 절반을 넘는 139석을 확보했으며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Q)는 33석 승리에 그쳤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개표 약 18시간이 지난 시점의 229개 선거구에 대한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PPP는 33.1%, PML-N은 27.5%, PML-Q는 14.4%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124개 지역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PML-N이 30%, PPP가 26.6%, PML-Q는 12.1%를 얻었다고 밝혔다.

특히 군소정당과 무소속 당선자를 포함할 경우 야권은 무샤라프 탄핵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당선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측근인 PML-Q 의장과 전 교통장관 등도 격전지였던 펀자브주(州)에서 낙선하는 등 무샤라프 측근 인사 여럿도 고배를 들었다.

19일 저녁이 지나야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무샤라프에 등을 돌린 민심을 볼 때 여당내에서도 벌써부터 패배를 시인하는 분위기다.

PML-Q는 결과를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당 대표인 페르베즈 엘라히는 좀 더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아직은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엘라히는 "국민의 심판을 기꺼이 수용한다"며 "개표가 40% 진행된 현 상황에서 야당들이 우리와 같은 처지였다면 아마 부정투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과거처럼 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늦어도 20일 오전에 발표될 최종 집계 결과 예상대로 야당이 승리한다면 1999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철권통치를 해온 무샤라프 대통령 자신은 물론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의 향후 진로나 '테러와의 전쟁'의 전개 방향 또한 시험대에 놓일 전망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9일 오후 TV 방송을 통해 선거 결과가 "국민의 목소리이며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토 전 총리의 피살로 어수선해진 정국 속에 총선이 진행되면서 당초 대규모 테러가 우려됐지만 선거 시작후 진행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대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7일부터 전날에 걸쳐 파키스탄 곳곳에서는 산발적인 폭력행위가 벌어져 적어도 19명이 사망했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선관위측은 이번 선거의 투표율을 40%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1997년의 37%보다는 약간 높지만 2002년의 42%에는 못미친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