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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불공정업체 자체기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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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은 기업을 검찰이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이에 따라 고발 등 형사처벌 주도권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 고래 싸움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기업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13일 합성수지 가격 담합 혐의(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호남석유화학과 삼성토탈 법인 및 이들 회사 임원 한 명씩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호남석유화학 등이 담합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이 기소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하는데 고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이 재판부는 이른바 '설탕값 담합 사건' 형사 재판에서도 공정위의 고발이 있었던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서는 각각 1억1500만원,1억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지만,공정위의 고발이 없었던 CJ 등 3개 회사와 이들 법인의 임원 한 명씩에 대해서는 같은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다.

    합성수지 가격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가 고발했던 대한유화공업과 LG화학,SK,효성 등 4개 회사와 범행을 주도한 각 회사 소속 전ㆍ현직 영업담당 임원 4명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고소불가분의 원칙'<'전속고발권'

    검찰은 1994~2005년 매월 영업팀장 모임을 갖고 비닐팩,우유용기 등의 원료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폴리프로필렌(PP)의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가 고발한 SK 등 4개 업체와 이 회사 전ㆍ현직 임원들을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했다.이어 11월 말에는 공정위가 담합 사실에 대해 자진신고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던 호남석화와 삼성토탈 법인 및 임원 두 명을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호남석화 등을 기소하면서 형사소송법 233조 '고소불가분의 원칙'('친고죄의 공범 중 그 1인 또는 수인에 대한 고소 또는 그 취소는 다른 공범자에 대하여도 효력이 있다')을 고발사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었다.즉 SK 등의 업체를 공정위가 이미 고발했기 때문에 같은 담합 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서도 고발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공정위와 기업들은 '전속고발권'과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 조치로 받아들였다.재판부도 "고발 대상에서 분명하게 누락된 기업에 대해서는 고발권자가 소추의 의사 표시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공정위 측 손을 들어주었다.

    행정기관이 법률에 규정된 전속고발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법인만을 고발 대상자로 명시하고 그 대표자나 행위자를 고발하지 않거나 공범 중 일부 행위자만을 고발하고 나머지 행위자를 고발하지 않은 경우,고발 대상에서 제외된 대상에 대해 고발권자의 소추 의사 표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현실적으로 고소 불가분 원칙을 유추해 적용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공정위 싸움에 기업 등 터진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 항소할 뜻을 내비치며 강력 반발했다.대검의 한 간부는 "살인자가 자수한다고 해서 형을 면제해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미국에서 일반적인 플리바겐(형량협상)의 경우에도 범행을 자백할 경우 형량을 줄여줄망정 자진신고제처럼 처벌 자체를 면제해주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또 공정위 고발의 대상은 '범죄인'이 아니라 '범죄행위'인 만큼 고발 역시 고소와 마찬가지로 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사항인 '동의명령제' 도입에 따른 위기감도 검찰의 이 같은 강경 입장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의명령제란 기업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자진 시정하면 공정위 차원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기소독점권을 쥔 검찰 입장에선 공정위의 '월권'이라고 볼 소지가 충분하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공정위를 압박하기 위해 자진신고 업체까지 전격 기소했으며,결국 그 불똥이 기업에까지 튀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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