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글로벌 경제를 뒤덮으면서 글로벌 증시도 약세장(bear market)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증시가 작년까지 계속된 대세 상승 국면을 마무리 짓고 곰이 상징하는 전형적인 약세장으로 빠져드는 장기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미 FRB가 22일 금리를 0.75%P 전격 인하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시아와 유럽 라틴아메리카 등 전 세계 증시가 폭락 장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 80개국 주요 증시 가운데 38개국 증시가 작년에 기록한 고점에서 최소한 20% 이상 떨어졌다.

이처럼 전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말한다.

일본 프랑스 홍콩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작년 11월 선진 10개국 증시 가운데 가장 먼저 약세장에 진입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작년 7월 고점(1만8252.69엔)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뉴욕 증시의 경우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는 지난 주말까지 이미 21%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약세장으로 전환했다.

다우 지수도 작년 10월9일 기록했던 14,164.53에 비해 14.6% 하락한 상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도 각각 12%와 15%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약세장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유럽 증시의 경우 2003년 이후 5년 만에 처음 약세장으로 전환했다.

범유럽 지수인 다우존스 스톡스600 지수는 22일 309.67로 마감해 전고점보다 23% 폭락했다.

유럽 전체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프랑스의 CAC40 지수는 작년 고점(6168.15)보다 23% 떨어지며 유럽 3대 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20% 이상 급락했다.

독일 DAX30 지수도 이날에만 7.2% 급락하며 전고점보다 16.2%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낙폭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증시 흐름상 글로벌 증시가 약세장으로 들어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글로벌 전략팀장인 스티븐 포프는 "미국 등 경기 침체 우려로 유럽 증시는 이미 베어마켓 장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돼 장기 하락 국면에 빠질 것인지 여부다.

현재로선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크레디스위스(CS)의 밥 파커는 "지금 시장 분위기는 꽤 험악하다"며 "시장 분위기를 돌려놓을 촉매를 찾기 힘들다"고 부정적 견해를 제시했다.

'헤지 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도 "지금 시장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하다"고 말한 것으로 영국의 더 타임스는 전했다.

그렇지만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단기 폭락에 따라 주가가 싼 종목이 속출하고 있어 반등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메릴린치의 증권전략팀장인 카렌 올니는 "하락세가 이른 시일 안에 진정될 경우 대량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미 경기 침체가 도래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약세장 자체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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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베어마켓(bear market)=주가가 전고점에 비해 10% 하락하면 조정장,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얘기된다.

약세를 상징하는 곰에서 비롯된 말이다.

대세 상승이 끝나고 장기 하락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때 쓰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