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의 '대불산단 전봇대'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지적으로 국가산업공단인 대불산단 내 불합리한 규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블록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비단 전봇대뿐만 아니다.

블록을 운반할 때 쓰는 운송수단이 납작하고 긴 트랜스포터라는 특장차이다.

대불산단 내 40여 블록제조업체들이 모두 이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제작된 블록을 대불항 등지로 운반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도로교통법상에는 이 특장차가 산단 내 도로를 주행하면 불법이다.

오직 공장 내에서만 운행이 허가된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불산단 내에서 기업활동을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은 곧 불법을 저지르라고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블록제조업체들의 자조섞인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대불산단 내 교량도 위태롭다.

산단 내 크고 작은 교량 20여개의 최대 하중은 40t에 불과하다.

당초 산단이 조성될 때 조선기자재단지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불산단 내 블록제조업체들이 늘어나고 또 날로 대형화됨에 따라 100~200t의 블록을 운반해야 하는 업체들은 매일 가슴을 조리면서 다리를 건너고 있다.

며칠 전 400t짜리 선수블록을 운반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얼마 안가 교량이 하중을 못 견디고 무너져 재수없는 업체 한 군데가 모든 책임을 몽땅 뒤집어쓰게 될 게 뻔하다"며 "이 때문에 업체들 사이에서는 교량을 통과하는 운송작업을 폭탄돌리기에 비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일 한전은 인수위 보고를 통해 산단 내 전봇대 몇 곳을 옮기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산단업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전의 대책도 미흡하지만 다른 문제에 대해선 거론조차 없었기 때문.전봇대는 기업규제의 사례로 거론된 것인데 이 사례만 해결하려는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기업하기 좋은 조건을 찾아 국가산단에 입주했지만 오히려 걸림돌이 많다"며 "원청조선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압력에 인력수급난까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이런 불합리한 여건조차 제대로 개선되지 않아 기업할 의욕을 꺾어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