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원유유출 사고를 수사해온 태안해양경찰서가 2일 사건 일체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관련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지만 남은 의문점도 적지않다.

태안해경은 원유 유출의 직접적인 원인인 선박 충돌사고를 낸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 예인 및 부선 선단의 선장 3명(2명 구속.1명 불구속)과 홍콩 국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선장 및 항해사(각 불구속) 등 모두 5명을 입건해 수사 27일만에 검찰에 송치했다.

해상 크레인과 사고 유조선의 소유주인 삼성중공업 및 `허베이 스피리트 십핑 컴퍼니 리미티드'도 각각 입건했다.

우리나라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로 기록된 이번 유출 사고는 해상 크레인 선단이 풍랑속에서 국내 최대 해상 크레인의 운항을 무리하게 강행, 정박중인 유조선과 충돌함으로써 초대형 유류 오염 사고를 일으켰다는 게 현재까지의 해경측 결론이다.

유조선측도 충돌 이전에 피항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음에도 안이한 판단으로 적절한 피항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해경은 판단, 두 선박의 관련자를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에도 불구하고 사고 초기부터 제기돼 온 여러 의문점은 그대로 남는다.

우선, 사고 당일 항만당국과 해상크레인 선단과의 비상교신이 1시간 이상 원활치 않았던 이유가 수사과정에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대산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하기 약 2시간 전인 오전 5시20분께부터 예인.부선 선단의 운항 경로가 의심스럽다는 점을 발견하고 예인선단에 비상 호출채널(VHF 16)로 두 차례나 호출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그나마 휴대전화로 사고 발생 1시간전인 6시15분께 연락이 닿았으나 충돌을 막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선박들은 비상 호출 채널을 상시적으로 켜놓게 돼 있으며, 항만 인근에서는 이 채널을 통한 항만당국의 호출에 선박이 응답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리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 24일 사고 예인선장 등에게 발부된 사전구속 영장에는 이 같은 수사 내용이나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또 예인선과 해상크레인 부선을 잇는 와이어가 왜 끊어졌는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시지 않고있다.

해경 경찰조사 결과, 예인선의 와이어는 사고 당일인 7일 오전 6시52분께 끊어졌으며, 이어 14분 뒤인 오전 7시6분께 유조선과 충돌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측은 이미 거센 풍랑 등으로 유조선쪽으로 밀려든 상황이어서 예인선의 와이어가 끊어지지 않았더라도 충돌이 불가피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즉 예인선 와이어 절단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유조선측은 예인선의 와이어가 끊어지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선체 파공의 원인이 된 해상 크레인의 뾰족한 뱃머리가 유조선 선체와 부딪히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예인선단측의 과실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이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 와이어는 해상크레인 부선의 볼라드(진입 억제용 말뚝)와 급격한 마찰을 일으키며 끊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당사자간 이견이 있는 부분은 검찰조사 등에서 가려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항만당국이 풍랑주의보가 예보된 가운데 3천t에 이르는 해상 크레인을 운항토록 허가한 경위와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과의 충돌을 막기위한 사전 조치가 충분했는 지 여부 등도 보다 세밀한 조사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3일 공식 논평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관련 기업이나 당국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게되는 것은 큰 불행"이라며 "해상크레인 운항을 결정한 책임자 규명과 유조선 정박과정의 불법행위 등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태안해경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조사 내용이 발표될 경우 증거인멸 등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검찰의 지휘가 있어 별도의 수사내용 발표없이 사건 일체를 송치했다"며 "비상호출에 응답하지 않은 부분 등은 사건 수사의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자간 다툼이 있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은 검찰의 보강 수사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seoky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