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물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6%를 기록,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치(3.0±0.5%)의 상단을 벗어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재료와 중간재,수입 제품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소비자물가도 시차를 두고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차기 정부가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펼 경우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더 커져 물가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활물가 상승률 5% 육박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3%를 넘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은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업제품에서는 금반지(28.1%)와 등유(22.9%) 경유(20.7%) 자동차용LPG(20.2%) 휘발유(15.0%) 등 석유제품의 상승폭이 컸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공산품 가격에 반영된 탓이다.

농축산물에서는 김장철을 맞아 무(118.3%) 배추(109.3%) 파(99%) 등 채소류의 가격상승이 높았다.

구입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4.8%)은 벌써 두 달째 4%대를 이어갔다.

서민 물가에 직결되는 생활용품과 식음료 등 주요 상품의 가격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원유 곡물 등 원자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원재료 물가가 31%나 폭등한 데다 올해에도 주요 곡물 국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에 업체들이 제품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환율 움직임도 물가에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몇 년간 환율이 빠르게 하락(원화 강세)하면서 원화로 환산된 수입물가가 낮아 유가가 오르더라도 상쇄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환율이 반등해 930원대로 올라서면서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은 총재 "물가안정에 주안점"

이성태 한은 총재도 신년사에서 불안한 물가 움직임을 감안해 올해 금리정책을 펴면서 물가안정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는 고유가가 지속되고 그간의 경기상승에 따른 수요압력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목표범위의 중심선을 웃도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이 같은 입장은 물가와 경기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금리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요금마저 추가적으로 오를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자영업자들의 판매가격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한은이 정책금리 인상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