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국정운영 철학이 윤곽을 드러냈다.

키워드는 '포용적 자유주의'와 '창조적 실용주의'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이들의 사회적 책임과 약자에 대한 배려도 강조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방법론적으로는 이념과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경험과 실증을 중시하겠다는 태도다.

이 같은 철학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0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가진 워크숍에서 '새정부의 철학적 기조'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발제는 기획조정분과 위원인 박형준 의원이 맡았다.

◆국정운영 철학은

이명박 정부의 철학은 한국 현대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서 출발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과거사를 '극복의 대상'으로 평가한 것과 달리 이명박 정부는 '역사발전을 위해 의미있었던 시기'로 본다.

박 의원은 기조 발제에서 "한국 현대사는 건국과 산업화,민주화의 단계를 겪은 '발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선진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화 시대의 고도성장과 민주화 시대의 분배평등 의식이 갖고 있는 장점을 토대로 이제는 한 단계 높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다.

성장ㆍ분배론에 대해서는 '선성장 후분배'나 '선분배 후성장'과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성장이 분배를 견인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지향을 갖고 있다.

고도 성장을 통해 국부를 늘려 나가되 성장의 과실이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서민과 중소기업,지방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발전 모델을 짜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정운영철학 기조는 '포용적 자유주의'와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포용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경쟁을 극대화하되 타인을 보살피는 공동체적 가치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 자율과 시장의 경쟁을 최대한 보장하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은 국가가 책임있게 보살피고,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는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부여하며,소수자와 반대자도 과감히 포용하는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의미다.

창조적 실용주의는 국정운영의 방법론과 관련된 원칙이다.

이념이나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성과 실용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최전선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왔던 이 당선자의 삶을 압축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이날 워크숍에서 "선거과정에서 경쟁했던 타 후보 공약 중 내용이 좋은 공약은 수용해 추진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한 것이나,다수 인수위원들이 "국정과 선거는 다른 만큼 책임있는 국정을 위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것이 있으면 구하고,보완할 것이 있으면 과감히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새 정부 이름은 '이명박 정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문민정부',김대중 대통령 때의 '국민의 정부',노무현 대통령 때의 '참여정부'처럼 별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이명박 정부'로 부르기로 했다.

별도의 정부 명칭을 쓰면 이 명칭 자체에 스스로가 얽매이는 부작용이 있을 뿐 아니라 '이명박'이라는 이름 자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워낙 강력한 만큼 굳이 다른 이름을 갖다 붙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실용정부'로 하자는 의견과 국민공모를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 앞에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쓰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특히 '이명박 브랜드' 자체가 이미 국민들에게 경제 살리기 등의 이미지로 각인된 만큼 파워풀하다는 판단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