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세계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게 된다.

예정일을 하루 넘겨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된 제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는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09년 말까지 정하기로 합의한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다.선진국만 참여한 교토의정서를 대체,'포스트 교토' 체제의 길을 열었다.

이번 회의는 한때 결렬 위기를 맞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마지막 용단을 촉구하는 연설을 한 뒤 미국이 반대 입장을 완화하면서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로드맵에 따르면 온실가스의 구체적 감축 목표와 방법은 내년 3월 내지 4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2년간의 협상을 거쳐 2009년 말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총회와 정상회담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소득은 교토 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이 참여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2020년까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1990년 대비 20~45%로 감축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 측 주장을 로드맵에 포함시키는 것에 강력 반발해 왔다.

그러나 각국 실정에 맞게 측정,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수정안이 제시되면서 동참 쪽으로 선회했다.

또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선진국 중 39개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졌으나 '발리 로드맵'은 개도국들도 능력에 맞게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내놓도록 했다.

'자발적 목표'라고는 하지만 측정.보고.검증할 수 있는 수치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이는 곧바로 감축 의무가 된다.

다만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에 대한 이견은 여전해 최종안 마련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일부에선 이번 회의가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감축목표를 확정하지 못함에 따라 '반쪽의 결실'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10위국인 한국도 선진국들로부터 높은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라는 압력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회의에 참석한 최재철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은 "한국도 앞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도입과 거래 확대,지원 세제 도입 등 혁신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포스트 2012 체제를 잘 활용하면 제2의 경제 혁명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정부는 17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 대책은 최근 발표한 제4차 기후변화 종합대책(2008~12년)이 골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기후변화협약에 한국이 전향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팀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또 이번 로드맵과 관련,내년 말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도 짤 계획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