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가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9일 폐막했다.

두 대륙의 정상들은 7년 만에 처음 열린 회의를 마치면서 두 대륙 사이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아프리카-EU 전략적 파트너십' 합의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두 대륙은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더 굳건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개발격차를 줄여 나가는데 주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회의 참석과 짐바브웨 및 수단의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긴장이 야기됐는가 하면, 자유무역협정 등 두 대륙 사이의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합의서 채택에는 끝내 실패했다.

특히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EU가 세계무역기구(TO) 규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새로운 경제동반자협정(EAPs) 체결을 거절했다고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이 전했다.

와데 대통령은 "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이 협정 문제가 여러 번에 걸쳐 언급이 됐으며 오늘 아침에도 다시 한번 이야기가 나왔으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EAPs 협정을 둘러싼 이견 조율에는 실패했지만 일단 두 대륙의 정상들이 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식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진전을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됐다.

회의에서는 또한 무가베 대통령의 인권탄압과 다르푸르 사태 등을 놓고 갈등이 노정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회의 첫날 비공개회의 연설에서 "오늘날의 짐바브웨 상황은 새로운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고 무가베 대통령을 겨냥해 공세를 폈다.

또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폭정과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의 회의 참석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반면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등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무가베를 두둔하고 나서 현격한 견해차를 노정했다.

영국 등 유럽국가들은 짐바브웨의 폭압적 정치와 인권탄압을 비판하면서 붕괴 직전의 경제상황이 무가베 대통령의 실정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이를 식민통치했던 영국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한편 무가베 대통령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아프리카에 민주주의가 도래한 것은 백인들의 식민지 역사가 끝난 뒤였다"면서 "억압적인 (식민) 지배에서 인권을 찾기 위해 투쟁한 아프리카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특히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4개국 지도자들이 자신의 통치를 비판하고 있는 점을 들어 4개국 지도자들은 이번 회의를 거부한 브라운 영국 총리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브라운 영국 총리가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그가 여기에 대변인들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가 유럽 지도자를 겨냥해 이처럼 공세에 나선 것은 전날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날 선 비판에 대한 반박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영국에서 독립한 뒤 2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하고 있는 무가베는 내년 선거에서 6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그는 "유럽은 선거에서의 승자를 싫어한다는 이유 만으로 짐바브웨에서 합법적으로 치러지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