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신용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콘 FRB 부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덕분이다.이에 따라 금융시장에 만연됐던 불안감이 어느 정도 가시는 모습이다.그러나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잇달아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 인하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콘 부의장은 28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외교협회(CFR) 연설을 통해 "최근 수주간 금융시장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FRB의 정책 결정자들은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며 유연하고 실용적인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은 FRB 간부들의 평소 발언과 상당히 다른 내용이다.FRB는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성장 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 억제에 균형을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각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도 기회만 있으면 금리 동결을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 콘 부의장이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시사하고 나서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다우지수는 단숨에 331포인트나 올랐다.전문가들 대부분은 FRB가 다음 달 11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시카고 선물시장에서도 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이 94% 반영돼 가격이 형성됐다.0.5%포인트 내릴 것이란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왔다.

이처럼 FRB가 금리 인하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10월 기존주택 매매 실적이 8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주택경기는 바닥에서 헤어날 기미가 없다.또 내구재 주문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제조업 경기도 둔화되는 조짐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신용위기는 오히려 심화되는 형국이다.FRB가 이날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미 경제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RB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무엇보다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의 반대가 거세다.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와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27일 금리 인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28일엔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반대 기류에 합류했다.

이들 지역 연방은행 총재 상당수는 지난달에도 재할인율과 금리 인하에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따라서 FRB가 기준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는 콘 부의장의 발언이 벤 버냉키 의장의 의중을 대신한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