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洪起澤) < 중앙대 정경대학장·경제학 >

지난 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쓰나미가 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이번이 올해의 마지막 서브프라임 쓰나미인가.

그 대답은 아무도 모른다.

아직도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손실규모와 이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대손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10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던 손실규모가 이번에는 2000억달러는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수년 간 금융공학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의 금융파생상품이 출현했다.

서브프라임 채권도 다른 우량채권과 혼합돼 여러 형태의 자산유동화증권으로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다.

그 규모는 1조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주택담보대출 손실이 커질수록 이들 금융상품은 가치가 하락하고 유통도 힘들어진다.

다른 한편으론 대손(貸損)이 발생하는 대형 금융기관들은 대손상각으로 자기자본이 줄어들게 되고 대출여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신용경색은 실물부문에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성사가 확실시 되던 몇 건의 대규모 흡수 합병 사업이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져 중도에 포기됐다.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경향이 심화돼 위험도가 높은 신규 투자사업 역시 불가능하게 됐다.

쓰나미의 발생지인 미국의 주택부문은 직격탄을 맞았다.

신규주택 미분양사태가 발생하면서 그 동안 경기를 이끌어오던 주택건설시장은 완전 침체상황에 빠졌다.

여기다 자금조달의 애로로 사업용 건물 건설실적도 지난해의 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몇 년 간 3%를 상회하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내년에는 1%대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침체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중하다.

그렇지 않아도 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신흥 시장경제의 고속성장으로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또한 미국경제의 냉각이 장기적으로 세계경제를 위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장기호황을 유지한 이면에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라는 불균형이 도사리고 있었다.

미국의 총 대외부채는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에 이를 정도로 막대하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형은 시정돼야 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영구히 부채에 의존해서 살 수는 없다.

미국의 지속적인 경상수지적자는 세계경제에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미국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가면 수입수요를 감소시켜 경상수지를 호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서브프라임사태를 야기시킨 주택시장 침체로 미국의 주택가격이 하락한 총 가치는 이미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 미국의 주택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가치의 저하로 재산이 감소함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는 줄고 저축이 늘어나고 있다.

저축증대는 경상수지 축소로 나타난다.

실제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올 들어 1분기 GDP의 6%에서 3분기 5%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축소는 경상수지 흑자국의 흑자축소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과 일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안화와 엔화의 평가절상이 지속되면 이들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는 줄어들게 된다.

중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내수경기를 확대하는 정책을 사용하게 되면 경상수지흑자는 더욱 줄게 된다.

이들의 경기 호황세가 이어지면 미국경제의 침체를 일부 보전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지속적 성장기조는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경상수지 방어를 위한 수출지원책과 수입억제책을 사용하면 이들의 성장은 물론 세계경제의 둔화도 불가피하게 된다.

내년에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우리로서는 중국과 일본의 경제상황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