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부품에 국내에서 조달한 부품을 약간 섞어 조립한 자전거도 일정 요건을 충족한다면 원산지를 `한국'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중국산 부품에 국산 부품을 더해 생산한 자전거를 국산으로 판매했다가 원산지를 허위 표기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로 기소된 박모(47)씨의 상고심에서 유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지방에서 자전거판매업체를 운영하는 박씨는 중국산 바퀴ㆍ체인ㆍ핸들 등을 수입한 뒤 국산 반사경ㆍ경음기ㆍ스탠드ㆍ살대 보호대 등을 사용해 완성품을 만들어 제조국을 한국으로 표기해 자전거 1천806대(1억2천358만여원 상당)를 판매했다.

완성 자전거에서 부품의 비율은 중국산 85~90%, 국산 10~15%였다.

지금은 대외무역법에 수입원료를 사용한 국내 생산품의 원산지 판정기준을 상세히 세분화했지만 기소 당시에는 기준이 세분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1ㆍ2심은 "중국에서 생산된 부분품의 대부분을 수입해 국내에서 일부 국산 부분품을 더해 조립한 뒤 완성 자전거를 판매한 경우 원산지는 중국으로 봐야 한다"며 유죄를 인정,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하급심은 중국산 부품 비율이 85~90%에 이를 정도라면 국내에서 단순조립한 것일 뿐이어서 국산으로 볼 수 없고, 이같은 행위는 대외무역관리규정에서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돼 있는 `단순한 가공 활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모든 상품은 관세통합품목분류표상 6단위 숫자로 표시돼 세부번호가 같으면 동일품목으로 간주된다.

또 대외무역관리규정에는 국내에서 단순히 상품의 선적ㆍ운송을 쉽게 하거나 정리ㆍ분류ㆍ통풍ㆍ건조ㆍ냉동ㆍ선별하는 과정은 `단순한 가공 활동'으로 분류해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돼 있다.

대법원은 박씨 사건의 경우 완성 자전거의 세번이 원재료들의 세번과 다르고, 국내 부품을 섞어 조립한 행위도 `단순 가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한국산으로 표시해 판매한 자전거는 수입 부품들과 분류표상 6단위 기준 세번이 다른 별개 물품이고, 국내에서 국산 부품들을 더해 자전거를 생산한 행위가 대외무역관리규정이 정한 `단순한 가공활동'에 부합하지도 않아 대외무역법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