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차대전'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부쩍 들린다.

핵무장을 둘러싼 이슬람 국가와 미국 간 긴장고조,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 간 갈등,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조짐 등이 언제든지 전쟁으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 자금흐름에서는 3차대전이 이미 시작됐다.

바로 선진국 자금의 상징인 헤지펀드와 중동 산유국의 오일 머니,중국 외환보유액 등이 주축이 된 개도국 국부펀드 간 전쟁이 그것이다.

이미 규모면에서는 국부펀드가 헤지펀드를 추월하고 있다.

자금 운용에 있어 선진국 헤지펀드의 경우 높은 수익을 쫓아 잉여자금은 사모펀드 형태로,잉여자금이 없을 때는 금리차를 이용한 캐리자금 형태로 개도국에 투자한다.

이 때문에 개도국에서는 선진국 헤지펀드 자금이 판치는 과정에서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가 더 심해져 국부유출,기업 경영권 위협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반면 개도국 국부펀드는 특성상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국채를 비롯한 선진국 금융자산에 투자해왔다.

지금까지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 자금이 유출되더라도 이를 개도국 자금이 메워주는 국제 간 자금흐름 메커니즘이 잘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미국 국채를 비롯한 선진국 금융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유지돼온 이 같은 국제 간 자금흐름 메커니즘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부펀드의 투자대상이 선진국 국채와 같은 금융자산에서 기업인수와 같은 실물자산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 중에서 개도국 국부펀드가 선진국의 항만 에너지와 같은 기간산업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선진국들이 경제안보상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른바 개도국에서 나타나는 윔블던 효과와 똑같은 역윔블던 효과(anti-Wimbledon effect)다.

이 점이 2차대전 이후 '세계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를 외쳐왔던 선진국에서 경제 애국주의를 낳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그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제 애국주의로 나아감에 따라 자원보유국을 중심으로 한 국수주의 움직임 등 개도국들의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런 요인도 작용하고 있어서다.

최근 들어서는 국부펀드들이 수익성 제고에 나서면서 헤지펀드와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헤지펀드와 국부펀드 간 전쟁은 증시 입장에서는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하나는 이 전쟁이 심해지면 질수록 설령 경제여건이 받쳐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투기성이 강해지면서 증시의 질은 그만큼 나빠진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관리에 신경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