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얼마 전 미국정부는 세계 동식물 종의 20~30%가 한 세기 안에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무서운 일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온난화 가설처럼 기후가 변했던 과거 250만년 사이에 실제로 멸종된 종은 많지 않았다.

매머드 같은 덩치 큰 포유류 20여종과 북서 유럽의 일부 식물이 빙하기 말기인 5000~1만년 동안 사라진 게 전부였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말라리아 등 열대병이 널리 퍼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하지만 옥스퍼드대의 새러 랜돌프 교수 같은 과학자들은 온도 변화가 질병의 발생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가 더워진다고 열대병이 널리 퍼질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을 거란 얘기다.

온난화 모델에 따른 대부분의 예측은 이처럼 온도 하나에만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체는 온도와 습도 외에 수많은 요인에 반응하며 살아간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흉내지빠귀라는 새가 맨해튼에 늘어난 이유를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먹이'였다.

흉내지빠귀가 선호하는 식물종이 뉴욕에 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환경문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물학자이자 환경주의자로서 지구 온난화에 대해 1968년부터 연구해왔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알기 위해 컴퓨터 예측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내가 중시하는 것은 과학적 연구 방법과 진실이다.

여기에 기초한 것만이 환경과 인간의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후 변화에 대해 과학적 근거 없는 믿음이 널리 퍼지고 있다.

사회를 바꾸려면 재앙에 대한 이야기로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과학자들도 온난화 현상을 강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실을 과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학자들은 온난화 효과를 예측하는 데 컴퓨터 예측 모델을 이용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방식의 정확성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변호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컴퓨터를 통한 예측은 대중들에게 새로운 진실로 자리잡았다.

지난 250만년 사이 사라진 종이 몇 개인지와 같은 과학적 사실은 관심권 밖으로 물러났다.

지구 온난화 가설을 완전히 버리자는 것은 아니다.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기후 변화에 비이성적인 공포감을 갖는 것은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것과 똑같이 어리석다.

진짜 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못할 뿐 아니라 생산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생물종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서식지의 파괴다.

오랑우탄의 경우 밀림이 사라지면서 큰 위기에 처해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공포에만 사로잡혀 밀림과 오랑우탄 보호를 외면한다면 슬픈 일이다.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할 때 어떤 재난에 대비할 것인지 꼼꼼히 따진다.

기후 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합리성과 과학적 사고를 여기서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대니얼 보트킨 생물학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지구온난화의 망상(Global Warming Delusions)'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