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秉柱 <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나나는 종류가 다양하다.

400여종 가운데 시판 바나나 대부분은 카벤디슈 품종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경기도중 바나나를 즐겨먹는 것은 칼로리가 높고 게다가 당분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이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대다수 한국인에게 꿈의 과일은 바나나였다.

어린시절 "백두산은 높아… 맛있으면 바나나…"를 노래했던 구세대들은 정작 바나나 맛을 모르고 자랐다.

그런 바나나가 한때 혁명의 불씨였다.

1960년 4월 학생시위 당시 소위 서대문 경무대 냉장고 속에서 바나나가 나왔다는 대서특필 보도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혁명의 불길이 잦아들었지도 모른다.

바나나 먹는 자를 부정부패자로 동일시하고 국민의 공적으로 내몰던 시절이었다.

무역장벽 쌓아 국내시장을 보호하던 시절,수입 기름을 연료로 비닐 하우스 바나나 재배하는 것이 애국행위인 양 칭송됐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시판됐다.

시장개방 이후 바나나는 누구나 사먹을 수 있는 과일로 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맛있으면 바나나" 노래가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불리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올 연말이 되면 1인당 GDP가 2만달러에 이르게 된다.

고작 100달러도 넘지 못하던 40여년 전과는 세상이 바나나 신세만큼 바뀌었다.

오늘날 어느 집에 냉장고 있고,그 속에 바나나 있다고 뉴스가 되지 않는다.

폭동이 날 일은 전혀 아니다.

누가 뭐래도 고도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나눠진 덕분이다.

단지 수입 바나나 먹는데서 비애국적이라고 나무랄 사람 없을 만큼 국제화가 진척되었으니 살림살이가 어제 오늘 다름을 실감케 된다.

오늘날에도 비싼 먹거리가 있다.

송이버섯이다.

남한에는 주요산지가 태백산맥 언저리에 국한되지만,북한에는 함경,낭림,마식령산맥 등 산지가 넓다.

송이는 동의보감에도"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매우 향기롭다"고 효능이 인정돼 있다.

반세기 전 춘궁기에 많은 백성들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겨우 연명하곤 했다.

역설적으로 당시 강원도 산골에 살던 필자 가족들은 가을 송이철이 되면 자주 먹을 수 있었다.

교통이 불편해 대도시 출하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대부분 현지에서 소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후 1인당 소득이 백배 이상 뛰었어도 항공편 교통이 발달된 오늘날에는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 국내에서는 고품질의 송이를 먹기가 오히려 어렵게 됐다.

가격이 비싸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그 희귀성과 수요증가,그리고 채취하는 농민들의 수고를 생각해 흔쾌히 지갑을 열게 된다.

버섯에는 수천종이 있다.

우리나라 산야 각지에는 다양한 버섯이 자생한다.

그 중에는 생명을 해칠 정도로 맹독을 지닌 버섯들이 적지않다.

위장염 신경병 콜레라병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아마추어들이 함부로 채집에 나설 일이 아니다.

버섯은 신중하게 가려 먹어야 한다.

최근 남북회담 이후 북한이 선물 보따리 속에 4000㎏ 분량의 송이버섯을 실어 보냈다.

선물이 약 3800여명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돌려졌다고 한다.

받은 이들은 동의보감이 말한 맛과 약효를 보았기 바란다.

그러나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전투'에 동원된 북한동포들의 배고픔과 고달픔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뒷맛이 개운치 않았을 것이다.

송이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상품이다.

그것을 주었을 때 북한은 과연 무엇을 받기를 기대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 나라의 인구를 국민,백성,인민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지칭하지만 용어선택에 따라 함축의미가 다르다.

남한은 그 위대하다는 북한 '인민'을 위해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위대한 인민 위에 군림한 보다 위대한 특권 엘리트,노멘크라투라들과 합석한 호화만찬이 인민의 고통을 덜어주는가,아니면 더해주는가? 그런 송이버섯이라면 독성 여부를 가릴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