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주포 이승엽(31)이 정규 시즌을 마치고 18일부터 시작되는 리그 챔피언결정전 준비 체제에 들어갔다.

이승엽은 최종전이었던 3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전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비교적 좋은 타격감으로 6개월 대장정을 마감했다.

일본 통산 100홈런, 300타점 돌파라는 소득도 있었으나 이승엽의 올 시즌은 부상에 발목이 잡혀 고전하다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막판 대포로 4번 타자 자존심을 지킨 한 해로 요약할 수 있다.

요미우리 70번째 4번 타자로 지난해 타율 0.323을 때리고 41홈런에 108타점을 남기며 간판 스타로 떠오른 이승엽은 그러나 올해는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타율 0.274에 30홈런, 74타점을 거두는 데 그쳤다.

2군행을 자청하는 등 출장 경기수도 143경기에서 137경기로 줄었다.

▲왼손 엄지 관절염으로 내내 고전

이승엽은 3월30일 요코하마와 개막전에서 2년 연속 개막 축포를 터뜨리며 화끈하게 출발했으나 왼쪽 어깨-왼쪽 손바닥 떨림 현상 등을 연이어 호소하며 삐걱거렸다.

결국 통증 원인은 왼손 엄지 관절염으로 규명됐고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 그는 시즌 중 수술을 원했으나 그에게 4년간 30억엔이라는 거액을 안겨준 요미우리는 난색을 표명했고 이승엽은 참고 시즌을 완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통증을 줄이려고 환부에 고무링을 찼고 5월께는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양발을 지면에 대는 자세로 부진 탈출을 노렸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초반부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이승엽은 2년간 홈런왕을 차지했던 인터리그에서 타율 0.223(94타수21안타), 3홈런 7타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 타율은 2할5푼대까지 추락했고 향후 상당한 부담이 됐다.

부상이 가장 컸지만 상대 팀의 집중 견제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이승엽은 더욱 움츠려 들었다.

직구는 몸쪽 위협구로 붙이고 변화구로 좌우 코너를 찌르는 볼배합을 알면서도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승엽은 부진이 지속하자 4번을 아베 신노스케에게 내주고 6번으로 밀렸고 급기야 7월12일에는 2군행을 자청, 재충전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에 복귀했지만 5,6번을 맴돌다 7번까지 강등되는 등 굴욕은 계속됐다.

▲막판 대반격..포스트시즌 맹활약 예감

이승엽은 언제나 '여름 사나이'였지만 올해만큼은 '가을 해결사'였다.

8월 말 고무링을 벗어던지면서 투혼을 불사른 이승엽은 직선타성 타구를 양산하면서 타율을 2할7푼대까지 올렸다.

두 차례나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며 타격감을 되찾았고 9월9일 한신전부터 4번 타자에 복귀했다.

4번에 돌아왔지만 3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를 두려워한 상대 배터리는 위기에서 그를 거르고 4번 이승엽을 지목하는 수모를 연이어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9월23일 요코하마전 0-2로 뒤지던 8회 상대 벤치가 오가사와라를 고의사구로 걸러 1사 만루가 되자 싹쓸이 우중간 3루타를 터뜨려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주니치와 사실상 순위 결정전에서도 홈런 2방 등을 쏘아 올리며 주포 위상을 되찾았다.

정규 시즌 1위를 확정 지은 2일 야쿠르트전에서도 동점 투런 아치로 3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하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남은 건 일본시리즈에서 개인 세 번째 우승 반지를 낄 수 있느냐 여부다.

이승엽은 시즌 전 "오가사와라, 다니 요시토모의 영입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두고 봐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받은 4번 중압감에서 올해는 해방되고 싶다는 바람이었는데 일단 정규 시즌에서 두 선수의 영입으로 한 층 강화된 타선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일본 최정상이라는 명예가 달린 포스트시즌에서는 이승엽 스스로 4번 명예를 되찾을 때다.

시즌 막판 얻은 자신감을 이어가 결정적인 순간 화끈한 홈런포로 2년 전 영광을 재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