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허브 경쟁에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13일자)에서 세계 주요 금융센터들의 치열해지는 경쟁 양상을 심층 보도했지만 한국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참여정부가 집권 초기에 내건 아시아의 금융허브 구상은 외국에서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와 중동의 금융허브들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프랑크푸르트와 시카고 등 전통적 금융 중심지도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월가로 부상하는 홍콩

아시아 금융센터는 주식 거래량 기준으로 도쿄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순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미국 유럽과 달리 아직 아시아 최고의 금융허브가 출현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도쿄는 자국 금융시장 중심이다. 중국 인도 등에선 개도국 관련 경제활동과 고용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아시아의 센터가 되기에는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

홍콩은 요즘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작년 중국 최대 공상은행(ICBC)의 상장이 대변해주듯 기업공개 물량이 홍콩으로 몰리고 있으며 인수·합병(M&A) 협상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시장이 중요한 기업들엔 홍콩이 절대적이다.

홍콩 증시에선 상하이에 비해 50% 정도 주가 프리미엄이 더해지기 때문.홍콩 증시 관계자들은 "중국의 월스트리트가 되길 원한다"며 "상하이는 그냥 경쟁자일 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싱가포르 증시는 '인도의 관문'이란 점을 부각시키며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선박건조나 부동산 같은 분야의 투자대상을 유동화하는 식으로 전문화에도 힘쓴다.

개인 자산관리와 소형 헤지펀드들의 천국으로 통한다.

도쿄는 지금도 규모 면에선 아시아 최대,세계 2위 금융센터다.

그러나 세금이 많고 규제도 비효율적이며 외국 투자자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회계기준도 국제 수준과는 많이 다르다.

요즘 정치인들까지 나서 도쿄를 매력적인 금융센터로 만들기 위해 개혁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전문성 확보가 살 길

이코노미스트지는 글로벌이란 수식어를 붙일 만한 금융센터는 현재로선 뉴욕과 런던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센터들도 나름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는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자본투자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프라이빗뱅킹에선 스위스 제네바,보험과 재보험 분야에선 스위스 취리히와 버뮤다,선물과 옵션시장에선 시카고,인프라투자 분야에선 카타르,이슬람 금융에선 바레인의 예를 들었다.

시카고는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올초 합병,세계 최대 파생상품시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에너지 대기업이 몰려 있는 휴스턴에는 원유 가스 같은 에너지 거래인들과 헤지펀드들의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보스턴은 자산관리와 사모펀드의 본고장으로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한때 쇠락하던 프랑크푸르트는 유렉스란 거래소를 통해 파생상품 거래시장으로 거듭났다.

거래비용도 런던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형화할 수 없다면 전문화에서 길을 찾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서울'이 새겨들어야 할 말 같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