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마음에 동요와 갈등이 없는 고요한 상태를 행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마음의 평정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그는 '성취'를 '욕구'로 나눈 '행복의 값'으로 이를 설명하는데,욕구가 무한하면 아무리 성취해도 그 값은 영(0)이 되어 전혀 행복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욕망을 줄이는 것만이 곧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플라톤도 견해를 같이 하는데,그는 행복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재산은 먹고 살기에 조금 부족하고,외모는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떨어지고,명예는 자신의 생각보다 절반 밖에 인정받지 못하고,체력은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되 두 사람에게는 지고,말솜씨는 연설을 할 때 청중의 절반 정도가 박수를 치면 된다고 했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의 공통점은 바로 '부족함'이다.

여기에 비추어 본다면,우리 사회의 행복의 조건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얼마전 국내의 한 유수한 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보면,젊을수록,남보다 잘 산다고 생각할수록,많이 배울수록,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더 받을수록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상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더 많은 욕망을 채우려 하면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엊그제 통계청이 사회의 주요통계를 분석해 행복한 대한민국을 저해하는 몇 가지 요인을 선정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행복을 가로막는 요인을 남이 아닌 바로 자신에게서 발견하라는 충고가 그렇다.

자기계발에 너무 소홀하고,TV나 컴퓨터 앞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봉사나 기부에 인색하고,가족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점들이 행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각해 보면 행복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작은 일 속에 있다.

적은 것을 귀히 여길 줄 알고,사소한 일에 감사할 줄 알고,이웃을 배려하고,자연의 변화를 보며 생의 환희를 느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