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학위 위조' 비호를 비롯한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청탁' 의혹,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고소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신정아씨와 관련된 변양균씨의 부적절한 처신을 놓고 "할 말이 없다"며 "검찰수사로 사실이 가려지면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 "깜도 안되는 의혹이 춤추고 언론이 소설을 쓰고 있다"며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한 스스로의 오류(誤謬)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은 변씨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부터 비롯됐고,그의 거짓말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망(欺罔)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권의 도덕성과 신뢰성까지 땅에 떨어지게 만든 심각한 사태다.

모든 의혹과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상응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국정과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에서 사태가 이런 지경까지 이르도록 방치된 청와대의 내부관리 능력,국정운영의 검증 시스템이 도대체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상황관리와 기강이 형편없음을 자인(自認)한 꼴이자,국정운영 사령탑의 취약성이 여지없이 노출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로 정권과 정책의 신뢰성이 심하게 손상되면서 결국 임기말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을 불러올 게 불보듯 뻔한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을 앞두고 정권의 권력 누수현상을 최소화하고 산적한 국정과제의 차질없는 마무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마당이다.

정책 리더십의 실종에 따른 국정혼란이 경제 사회 전반에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솔직히 이런 사태가 무엇에서 비롯됐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최근의 언론취재 봉쇄조치에서 보듯,일방적 독선과 편가르기로 사회 계층과 집단간 대립과 갈등만 부추겨온 정권의 행태에 대한 자성(自省) 또한 시급하다는 얘기다.

더 이상 혼란이 증폭돼서는 안된다.

국정운영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과 함께,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핵심 개혁과제들을 제대로 매듭짓기 위한 새로운 각오와 정책집행 체제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