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비행기에 탄소저감장치 등 부착

노블레스 오블리주… 일부선 "알량한 지출"

미국의 갑부들은 종종 환경파괴자란 비난에 시달린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자가용비행기와 대형 차,호화 요트 등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를 대량으로 뿜어대기 때문이다.

이런 갑부들 사이에 최근 '그린(green) 바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소개했다.

일부 갑부들은 개인 전용기에 탄소저감장치를 부착하기도 하고,태양에너지로 저택 수영장의 물을 데우는 시설을 설치한 뒤 '환경주택 인증'을 받고 있다.

기업들도 부유한 고객들의 새로운 취향에 동참하고 나섰다.

개인 제트기 서비스 업체인 제트닷컴은 9월부터 각 비행이 어느 정도 탄소를 배출하고,그만큼 탄소배출권을 사기 위해선 얼마가 드는지를 고객 영수증에 표시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호화 요트 제작업체인 트리니티 요트는 최근 '시키퍼 1000'이라는 해양탐사 장치를 고객 요트에 부착하는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해수 온도와 염도 등의 데이터를 과학자들에게 보내 지구 해양을 지키는 연구를 돕게 된다.

트리니티 요트의 윌리엄 스미스 부사장은 "요트를 구매하는 부자 고객들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비영리단체인 탄소펀드 설립자 에릭 칼슨 대표는 "부자들이 소비자 시장을 이끄는 것처럼 이번엔 태양열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와 환경 시장의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들의 삶이 일반인과 다르긴 하지만 그들 역시 환경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환경 바람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의 실천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환경파괴자 이미지를 가리거나 오히려 '환경 엘리트'란 이미지를 얻기 위한 분칠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갑부들이 진짜 환경을 생각한다면 자가용비행기의 시동을 끄고 요트 대신 카약을 타야 한다는 게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다.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협회장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한 부자들의 알량한 지출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