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열고 정부부문 연구개발(R&D)투자 규모를 10조7000억원으로 잡은 내년도 예산·기금조정 및 배분안을 확정했다.

정부 R&D 투자비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2001년 5조원을 돌파(突破)한 뒤 7년 만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정부 연구개발투자 10조원 시대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정부 연구개발투자 비중은 국가 전체의 25%에 불과하지만 그 중요성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75%에 달하는 민간 연구개발 투자에 의미있는 신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경제를 이끌 뚜렷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정부 연구개발투자의 역할은 더욱 크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어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제시한 방향들 중에는 환영할 만한 것들과 걱정되는 것들이 혼재되고 있다.

투자배분과 관련해 정부가 생명 환경 기초과학 비중은 늘리되 정보전자 기계 등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은 민간기업의 투자 흐름을 감안할 때 올바른 방향이다.

앞으로 창의성 중심으로 옮겨가겠다는 정부 의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우선 지방 연구개발투자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 그렇다.

지방의 연구활동을 배려하는 건 좋지만 생산성을 도외시한 채 정치적 이유로 나눠먹기식으로 지방에 돈을 뿌리다가는 연구개발투자 효과를 제대로 거두긴 어려울 것이다.

어제 회의에서 함께 발표된 이른바 삶의 질 향상, 복지를 내세운 과학기술 대책 역시 그 방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삶의 질이나 복지수요에 연계된 신산업 창출(創出)에 초점이 설정되어야지 자칫 복지를 위한 대용적 예산쯤으로 간주돼 버리면 그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 한다면 예산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존 연구개발 투자사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밝힌 중복투자 조정 등의 정도로는 너무 미약하다.

엄정한 평가를 토대로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수립중인 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은 이런 점을 제대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국가 미래를 위해 연구개발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국민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정부는 정말 유념(留念)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