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미국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푸어스(S&P)와의 연례 협의를 앞두고 재정경제부가 고민에 빠졌다.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남북 정상회담이 연기돼 이렇다 할 신용등급 상향 요인이 없는 데다 상반기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악재까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11월께 허경욱 국제금융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S&P 본사를 찾아가 한국 경제 설명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27일 말했다.

당장 S&P와의 연례 협의가 코앞인데도 본사 방문 설명회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은 이번 협의만으로 연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어렵다는 재경부의 인식을 반영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2005년 7월 'A'로 올린 뒤 2년 넘게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과 비교해 여전히 두 단계 낮은 등급이다.

S&P와 함께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무디스와 피치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한 단계 아래(무디스 A2,피치 A+) 등급을 매겨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재경부는 연례 협의에 앞서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을 국가신인도 회복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려고 했다.

재경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S&P와의 협의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국가 리스크'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집중 설득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정상회담이 10월로 연기돼 약발이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상반기 22조6000억원의 적자(관리대상수지 기준)를 내는 등 재정이 크게 악화된 것도 재경부 협상단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할 것이란 분석이다.

세금 등 수입 기반을 확충하지 않은 채 공무원 수를 늘리고 적자국채를 손쉽게 발행하는 등 한국이 구조적인 적자국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S&P는 국가 신용등급 결정 때 재정 건전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지기(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국제 금융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지난주 큰 폭으로 요동치던 국내 주가 역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 재경부 관계자들은 실낱같은 기대를 남겨두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