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이후 활동 재개할 듯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는 전당대회 후 이틀이 지난 22일에도 일체의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삼성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전날 `해단식'을 겸한 캠프의 마지막 회의에도 예상과는 달리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도운 친박(친 박근혜) 의원과 캠프 관계자 40여 명이 오후 자택으로 `위로차' 방문하자 1시간 가량 이들을 만난 것이 유일한 일정이라면 일정이었다.

`칩거'로까지 볼 수 있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무엇보다 깨끗한 `경선 승복'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대선후보를 결정한 한나라당이 `지상 과제'인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명박 후보가 모든 중심에 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은 되도록 `무대 뒤'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원려'에서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작년 7.11 전대에서 강재섭 대표 체제로 바통을 넘겨준 뒤 신임 강 대표에게 힘이 실릴 수 있도록 상당 기간 외부 활동을 자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게 측근들의 귀띔이다.

이를 감안할 때 그의 `칩거'는 적어도 이번 주 내내 계속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1년여의 경선 기간 쉼 없이 지방방문 일정 등을 소화하느라 극도로 피로가 누적된 만큼 이번 주까지는 일체의 외부활동을 끊고 자택에서 심신을 추스를 것이라는 얘기다.

전국의 지지자들에게 감사 전화를 하거나 자택으로 찾아오는 측근들을 맞는 것 정도가 유일한 `외부 접촉'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주부터는 박 전 대표가 제한적이나마 외부 활동을 재개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선 기간 전국에서 헌신적으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핵심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 표시로서 식사 자리 정도는 마련될 수 있으리란 관측도 있다.

일종의 `낙선 사례'인 셈이다.

여기에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부터는 `국회의원 박근혜'로서 공식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원칙을 강조하는 평소 스타일과 경선 기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도 국회의원 활동은 가능한 한 빠뜨리려 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그런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칩거' 직후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구상을 밝힐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5월초 `경선 룰' 중재안 파동의 와중에서 사흘간 자택에서 `장고'의 시간을 가진 뒤 나흘만에 공개석상에 나와 "떼쓰는 사람을 따르는 것은 사당(私黨)"이라며 이 후보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고 결국 당시 이명박 후보측의 `양보'를 받아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후보측 선대위원장 제의시 수락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지 주목된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럴 개연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한 측근은 이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선거에 졌고 이를 깨끗이 인정하면서 큰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측근은 "선대위원장직을 맡는 문제는 당이나 후보측에서 공식 논의를 하는 단계가 돼야 자연스럽게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후보측이 9월 정기국회 개회 직후부터 선대위 구성 논의에 착수해 같은 달 초중순쯤 이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결국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맡느냐 하는 여부도 칩거를 푼 직후가 아니라 정기국회 개회 이후 박 전 대표가 공식 활동을 재개하는 시점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거론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이 후보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은 지난 97년, 2002년 대선 당시와 같이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 전국 지원유세이고, 올 대선에서 그 같은 지원 유세가 가능한 시점은 대선(12월19일) 22일 전인 11월 27일부터인 만큼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돕는다 하더라도 선대위원장이 아닌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