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브프라임 후폭풍…신용파생시장 소용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확산되면서 기업 부도에 대비한 보험료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신용파생상품시장에선 부도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을 대거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 대표적 신용파생상품시장 지수인 아이트랙스(iTraxx)는 지난 30일 60bp(basis point,1%=100bp) 올라 사상 처음으로 500bp를 돌파했다.

아이트랙스는 1주 전만 해도 400bp 미만에 머물렀다.

하루 상승폭 역시 가장 컸다.

이 지수가 상승하면 그만큼 부도 등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FT는 500bp의 의미를 "1000만유로짜리 채권이 상환불능에 빠질 경우 원금을 보장받기 위해 5년간 매년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50만유로어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그 비용이 고작 25만유로 정도였다.

미국 신용파생지수인 CDX도 같은 날 20bp 올라 장중 한때 최초로 100bp를 넘어섰다.

6월18일만 해도 30bp를 상회하는 선에서 거래됐다.

이날 신용파생상품 양대 시장에서 지수가 폭등한 것은 독일 2대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와 중소기업 전문 금융기관인 IKB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손실을 입은 은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도가 불안감을 자극한 것이다. 또 지난 주말 대형 투자은행들이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 위험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거시경제 지표들은 나쁘지 않은데도 신용파생시장 지수가 이처럼 급등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거래인들은 헤지펀드가 투자자산 구성을 갑작스레 조정하는 바람에 생겨난 일이라며 헤지펀드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편 영국 RBS 그리니치캐피털의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앨런 러스킨은 "신용파생시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이 시장에 투자된 유동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아직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 용어풀이 ]

◇신용파생상품=기업이나 개인의 파산 위험을 대신 떠안아주는 파생상품의 일종.부도 채무불이행 등 기업의 신용위험을 기업의 자산에서 따로 떼어내 거래할 수 있도록 해준다.

A은행이 B라는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했다고 하자.A은행은 B기업이 파산하면 투자원금을 상당 부분 날리게 된다.

A은행은 가능하면 이 위험(신용위험)을 피하려 하지만 고수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헤지펀드엔 짭짤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은행은 C헤지펀드에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B기업이 파산할 경우 원금을 C헤지펀드로부터 대신 받는다는 계약을 하면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