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서 야기된 신용 경색 조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는 급락세를 보였으며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 국채수익률은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서브프라임發 신용경색 조짐

올해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터졌을 때 월가에서는 3단계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

1단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취급회사들의 직접적인 타격이다.

이는 현실화돼 상당수 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2단계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된 채권에 투자한 펀드나 기관들이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은행들은 다른 부문의 이익으로 관련 손실을 벌충했으나 헤지펀드는 직격탄을 맞았다.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2개 헤지펀드는 사실상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26일 호주의 한 헤지펀드는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대한 투자 손실이 커 투자자금을 상환하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파산 선언인 셈이다.

최악인 3단계 시나리오는 신용경색.불행히도 이도 점차 현실화될 조짐이다.

이미 크라이슬러가 120억달러의 채권발행을 연기하는 등 상당수 기업과 사모펀드가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초기 단계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포함된 채권에 대한 기피현상만 나타났으나 이젠 비우량채권과 이머징마켓채권은 물론 우량채권조차 인수를 꺼리는 형국이다.


◆자금 안전자산으로 이동 조짐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불신이 쌓임에 따라 글로벌 자금은 자연스럽게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돈이 몰리면서 이날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반면 리스크가 큰 아르헨티나 등 이머징마켓 채권 수익률은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당장 외부 자금을 조달해 기업인수합병(M&A)을 추진해온 사모펀드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M&A에 제동이 걸린다.

증시의 성장동력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또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받으면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지만 월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서브프라임발 악재는 이미 노출됐던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비우량채권과 우량채권에 대한 투자태도가 양극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을 초래한 주택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캐리 청산'우려도 고개

미국발(發) 주가 폭락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로 각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저금리 엔화를 조달해 고수익 외화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속히 청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엔캐리의 근본 원인인 일본의 초저금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에 투자돼 있는 엔화의 급작스런 청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 조짐을 보이면서 이달 한때 달러당 122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가치는 2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8엔대로 급등(환율 하락)했다.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엔캐리가 청산된다는 것은 미국 유럽 등의 채권과 주식에 투자됐던 자금이 빠져 나와 일본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 유럽의 채권·주식 값 폭락은 물론 엔화 급등-달러 급락을 부른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엔캐리 트레이드가 단기간에 대규모로 청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엔캐리의 핵심 배경인 일본과 다른 나라의 금리차가 여전하다는 점에서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연 0.5%로 미국(연 5.25%)과 아직도 4.75%포인트의 격차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환변동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미·일 간 금리차가 2.5%포인트까지 좁혀지지 않는 한 엔캐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하영춘/도쿄=차병석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