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湜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노년층의 노후 대비를 위해 주택담보노후연금,이른바 역(逆)모기지 론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65세가 넘는 노년층의 경우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매달 대출금을 연금 형식으로 받는 상품이다.

이러한 역모기지 론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반면 사회보장 장치가 미흡한 우리나라에서 노년층의 노후생활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늘어나고 있는 복지비 지출로 대규모의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작은 규모의 복지 예산으로 노년층의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우리의 주택소유욕과 상속 문제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주택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다.

또한 자녀에 대한 상속 역시 관습화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을 상속해 주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이로 인한 거부감 때문에 역모기지 론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다.

연금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물가가 안정돼야 한다.

우리와 같이 지속적으로 물가가 높아지는 경우 고정된 금액의 연금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 연금저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과 같이 금리보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경우 금융회사의 역모기지 론은 공급은 물론 수요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우리의 의료보험 제도도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 모든 질병에 대해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큰 비용이 들어가는 질병에는 자기 부담률이 높다.

결국 역모기지 론으로 받는 연금만으로 생활 비용과 높은 의료비를 모두 충당키는 어려운 것이다.

이외에 역모기지 론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의 운용 위험도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잦은 금리 변동과 부동산 가격의 변동이 있는 경우 금융회사의 운용 위험이 높아지고 담보손실이 예상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는 상속이라는 관행과 주택 소유욕 때문에 늘어나지 않는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인 세제(稅制) 혜택을 수요자들에게 주도록 해야 한다.

현행 3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주게 되어 있는 재산세 감면 혜택을 늘리고 그 대상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자 비용에 대한 소득공제도 확대하고 양도소득세 등의 세제 감면(減免)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대출 금리를 낮게 해주어 수요가 늘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물가와 생활 비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유통(流通) 제도나 교육 제도를 개선하여 물가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 역모기지 론의 수요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의료보험 역시 선진국과 같이 노후 질병에 대해 의료보험이 의료비 전액을 부담하도록 개선해서 연금과 역모기지 론의 수요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회사의 운용 위험에 대한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회사의 담보손실을 정부가 재정 지원으로 보전해 주도록 해야 한다.

역모기지 론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노년층의 복지를 결국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負債)를 지게 된다.

역모기지 론은 이러한 부담을 정부와 국민이 공동으로 부담하게 되어 작은 예산으로도 노년층의 복지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금융회사 손실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들이 성공적으로 해결될 때 이번 달부터 시행되는 역모기지 론은 노년층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또한 고령화 시대의 우리의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