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했던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2배나 많은 생산성 격려금(PI)을 지급하며 '사기진작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10일 "상반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미쳤지만 임직원들의 의욕을 높이기 위해 최근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PI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가 PI를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번 상여금 지급을 남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D램가격 폭락으로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자 5년 만에 처음으로 PI 지급률을 50%로 낮춘 데 반해 하이닉스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PI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스톡옵션과 상여금을 한꺼번에 받게 된 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출근버스를 타기 위해 삼성전자 직원과 나란히 줄을 서게 되면 주눅이 들곤 했지만 이제는 우리 회사가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회사 내에서도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회사 측의 배려 때문인지 직원들은 올해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가운데서도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D램 가격 급락으로 2분기에 들어서며 시장상황이 어려워지자 청주공장 연구원들은 응급실에 실려가며 일을 하기도 했다"며 "직원들 사이에 '한번 위기를 이겨낸 회사는 절대로 망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종갑 사장은 "이제는 경영위기에 시달리던 2003년처럼 전기값도 못내는 시절은 갔다.

10년 뒤에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며 직원들을 독려해왔다.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자"는 김 사장의 사기진작 횡보는 D램 출하량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4억7000만개의 D램을 출하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직원들은 내친김에 인텔,삼성전자,도시바를 제치고 반도체 시장을 '우리 손바닥 안에 놓아보자'며 회사 내에 '손바닥'포스터를 내걸기도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