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뉴코아 등 이랜드 계열사 사태와 같은 비정규직 관련 노사 간 충돌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보호법이 너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다 보니 노동계의 주장만 반영해 고용시장을 경색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을 집단 해고하거나 업무성격을 정규직과 분리,노사 갈등을 촉발했다.

이랜드 사태의 경우 차별 시정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업무를 미리 외주로 돌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측면이 있지만 비정규직법 자체가 기업들의 인력 관리에 숨통을 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논리에 밀린 비정규직법

비정규직법은 노동계의 집단행동에 밀린 정치적 타협의 결과란 비난을 많이 받았다.

노동부가 처음 비정규직법안을 제시했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 균형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동부의 당초 법안은 기간제근로의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할 것,파견근로 대상을 전면 확대하는 네거티브시스템으로 실시할 것 등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계가 반발하는 바람에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내용들을 모두 거둬들이고 노동계 입맛에 맞춰 법안 내용을 변경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지금 시행되는 비정규직 관련 법이다.

현행 법에는 기간제근로를 3년에서 2년으로 앞당겼다.

노동계는 기간제 2년이 지나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이란 환상을 갖고 밀어붙였다.

물론 재계나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이라며 반발했지만 노동계의 주장이 워낙 강해 결국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파견근로대상도 일본이나 서독처럼 전면 허용에서 노동계의 반대로 일부 업종에만 허용하는 포지티브시스템으로 원위치됐다.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싸고 노사정이 국회에서 논의할 당시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조차도 "해도 너무 한다.

왜 노동계가 막무가내식으로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그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7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으로 곳곳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우려한 때문이다.

재계는 "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사용하게 된 것인데 이 같은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차별시정에 부담

지난 1일 시행된 노동위원회법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이나 복지 혜택 등에서 비정상적 차별을 두면 노동위 조사를 거쳐 강제적으로 시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홈에버 계산원은 업무 특성상 차별시정의 직접적 대상이 될 게 분명한 상황에서 이랜드 그룹이 긴급 처방 차원에서 외주로 돌리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매장점거 등 노동계의 극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랜드뿐 아니라 중소기업 사업장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로선경오피스텔에서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용역전환에 반발하며 농성을 벌이던 중 8일 새벽 사측의 용역 직원 투입으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송파구청,광주시청,서울대병원 등에서도 기존 비정규직의 계약 해지나 용역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우리은행,부산은행,신세계,삼성테스코 등 대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갈등의 씨앗을 사전에 잘라버렸다.

대부분은 계산원과 은행창구직 업무를 별도 직군으로 전환시킨 뒤 정규직과는 별도의 임금,복지 체계를 적용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