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문제를 따진다면 아마도 미국이 가장 자유로운 나라일 게다.

남녀평등은 그 누구도 해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돼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직장내 성차별은 여전해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가 여직원에 대한 성차별 합의금으로 4600만달러(430억원)를 물어줬다.

성차별의 내용은 이렇다.

교육이나 승진에서 여성을 차별화하고,해고를 해도 여성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미국을 움직이는 인사 중 한 명인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조차도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는 길 밖에 없다"고 실토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직원을 채용하는 광고에서부터 차별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키와 몸무게,외모 등을 따지기 일쑤다.

'일짱'을 찾기보다는 '얼짱'이나 '몸짱'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기혼 여부와 나이의 기준을 정해놓고선 아예 여성을 배제하기도 한다.

직무와는 전혀 관계없이 고착화되고 있는 이러한 고용행태를 없애기 위해 마침내 노동부가 칼을 빼들었다.

다음달 17일까지 성차별 광고를 단속해 남녀고용평등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채용광고는 나은 편이다.

국제결혼업체들의 광고를 보면 선정적이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다.

체취가 좋다느니,정조관념이 투철하다느니,몸매가 세련됐다느니 하며 외국 여성을 상품화하고 모욕을 주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아직도 관행처럼 만연해 있는 성차별은 드라마 등 대중매체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다.

여성을 소극적으로 표현하기 일쑤고,성공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릴 경우에도 성격이 유달리 강하다는 측면을 강조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모델들은 상품이나 기능에 관계없이 특정 신체부위를 과다노출시키곤 한다.

여성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시각들이 결국 여성고용을 왜곡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이 어찌 여성들만의 몫일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